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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133조 자영업 부채 구제한다…安 “배드뱅크 설립 하라”

소상공인 부채 만기연장 시한폭탄

安 “산소호흡기 다는 걸로는 한계”

IMF 특별기금식 ‘배드뱅크’ 만들어야

초저금리 대출 통해 대출 장기 상환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권욱 기자 2022.03.24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이른바 부실 대출 처리 은행인 ‘배드뱅크’를 만들어 코로나19로 피해로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 구제하라고 지시했다. 인수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특별기금을 조성해 배드뱅크를 설립한 뒤 초저금리 장기대출에 나설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분과별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나 채권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안 위원장은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에 걸쳐, 저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방안을 관련 분과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 부실 대출의 불씨를 조기에 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IMF(국제통화기금) 체제가 2001년 끝났지만 2004년까지 신용불량자 수가 최대 382만명까지 치솟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이미 당선인의 공약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기금을 만드는 안이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안 위원장은 "인수위 요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를 6개월 연장했다. 이것으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안타깝게도 6개월 시한부 생명 선고와 다름없다"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우리도 물가 상승과 함께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것이고 이자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고 6개월 대출만기 연장을 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는 데 모든 분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安 가계부채 뇌관 ‘배드뱅크’로 해결
78만 가구 적자···보유 부채 177조
민간도 "관리기구 공동출자 설립"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로 들어가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권욱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가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한 배경에는 우리 경제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달아오른 소상공인·자영업 대출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직접 나서 소상공인·자영업 대출 부실 문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금융위원회에 직접 만기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방역으로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을 써도 민생 회복이 요원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는 1862조 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인원 제한의 코로나19 방역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부실화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 대출만 올해 1월 말 기준 133조 원(70만 4000건)에 달한다. 2020년 4월 이후 금융 당국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한 대출 원리금만도 291조 원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2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만기연장을 요청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됐다. 금융위는 결국 이달 말로 예정된 만기를 다시 9월로 연장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하지만 9월까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순식간에 목돈을 모아 갚지 않는 한 부실 폭발은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소상공인 대출의 뇌관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민생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갈수록 소상공인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지 않았다면 자영업자가 월급에서 부채를 갚아야 하는 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39.1%에서 41.3%로 2.2%포인트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영향이 큰 개인서비스 업종은 유예조치가 종료되면 DSR이 65.9%까지 높아진다. 100만 원을 벌어도 66만 원을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한은이 추산하는 자영업 적자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약 78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 부채만 177조 원이다. 적자 가구는 식비 등 필수 지출과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은 집을 말한다. 1년도 버틸 수 없는 유동성 위험 가구도 27만 가구로 추정된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자영업 가구의 금융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서둘러 불을 끄지 않을 경우 신용불량자가 양산돼 국민들이 경제활동조차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2001년 IMF 관리 체제가 끝났지만 2004년까지 신용불량자가 최대 382만 명까지 치솟는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배드뱅크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맞춰 금융권과 정부·소상공인진흥공단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특별기금’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배드뱅크는 시중은행에서 장기간 원금을 연체한 부실대출을 받고 상환구조를 변경해 차주가 대출을 갚아 나갈 수 있게 구조 조정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금과 대출 구조개선을 통해 2년간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 대출의 불씨를 끄는 복안이다.

시중은행도 배드뱅크 설립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전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주재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은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소상공인 지원대출 관리기구’를 공동 출자해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행사를 주최한 윤 의원도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배드뱅크 설립은 인수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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