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항암제 내성 극복은 어려운 문제지만, 유전자 진단 기술의 발달로 신약 연구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는 건 희망적이죠. "
임선민(사진)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31일 서울경제와 만나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의 내성을 겨냥하는 4세대 신약이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0%~40%에서 발견되는 가장 흔한 돌연변이다. EGFR을 타깃하는 1세대 EGFR 표적항암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가 2003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불치병으로 여겨지던 폐암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2배 가까이 길어졌다. 유전자검사에서 EGFR 돌연변이가 확인된 폐암 환자는 암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를 통해 부작용 염려를 덜고 뛰어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 교수는 "40~50대 비흡연 여성의 폐암 진단이 늘고 있다"며 "독한 항암치료를 견뎌내기 힘든 여성 폐암 환자들에겐 부작용이 적은 표적항암제의 혜택이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표적항암제를 1년 가량 복용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내성을 경험하게 된다. 최신 약물인 3세대 표적항암제조차 내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진 못한 실정이다. 임 교수는 국산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EGFR 엑손 20 삽입 변이 치료제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등 다수의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해 왔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가 개발 중인 4세대 폐암 표적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의 1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등 3세대 약물치료 후 C797S 변이가 발생한 환자 대상으로 독성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임 교수는 “4세대 폐암 신약의 임상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 기업 블루프린트메디슨과 브릿지바이오 2곳 정도”라며 "표적항암제 내성 연구는 우리나라가 단연 앞서있다"고 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미국암학회(AACR 2021)에서 전임상을 발표하는 'BBT-207'까지 2종의 4세대 약물을 개발 중이다.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는 'BBT-176' 임상 발표가 유력하다. 임 교수는 일찌감치 1상 임상 연구 초록을 접수하고 학회 측의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임 교수는 “폐암은 여전히 사망률 1위로 치료가 어렵지만 신약연구가 활발한만큼 환자들이 좌절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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