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은 별로 아프지도 않다는데 걸려서 슈퍼 면역자가 되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보다 걸리지 않은 사람이 더 적은 요즘 종종 듣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열이 39도를 오르내리고 목이 찢어질 것 같은 인후통을 견디며 밤을 샌 확진자들은 “만만한 질병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오미크론 대응 체계에 들어서고 난 후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더 이상 확진자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일반 관리군에 든 이상 소아조차 의료 공백을 피할 수가 없다. 보건소는 연락이 닿지 않고 응급실은 병상이 없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이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밤에 가벼운 복통이나 열만 있어도 쉽게 응급실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데도 ‘오미크론은 독감 수준’이라고 치부했던 정부 발언은 다소 경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년간 방역 정책을 돌아보면 현장과 엇박자가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전문가들의 우려를 도외시한 채 진행된 48번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격리 지침 완화와 방역 패스 중단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진행됐다. 국민들의 뜻에 따른 결정보다는 정치적인 결정이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K방역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국민들은 큰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방역 실패’로 규정하며 ‘과학 방역’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 1만 명 항체 양성률 조사도,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위탁 생산 추진도 좋다. 다만 자칫 과학만을 근거로 정책이 결정된다면 국민들의 불편은 반영되기 어려워질까 우려스럽다. 새 정부가 국민들의 호소나 전문가들의 조언에 더욱 귀 기울이며 소통해야 하는 이유다. “정치가 아닌 과학적 근거와 전문가 중심, 국민과의 소통 및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감염병을 대응하겠다”는 공언이 반드시 실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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