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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될 이유도, 될 필요도…" 아카데미상 작품상 받은 애플의 큰 그림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지난 달 27일(현지 시간)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플티비플러스(애플TV+)의 코다가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티비플러스가 내놓은 ‘코다(CODA)’는 청각 장애인 자녀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최고상에 해당하는 작품상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수상한 점도 의미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그 주인공이 스트리밍 업계에서도 아웃사이더에 해당하는 애플티비플러스라는 점이었습니다. 작품상 후보 10편 중 절반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작품이다보니 "스트리밍 서비스 간 결투가 벌어졌다"는 관점이 흔했습니다. 정작 누가 타느냐가 중요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애플의 코다가 넷플릭스의 ‘파워 오브 도그’를 누르고 작품상을 탐으로써 2019년 11월 론칭한 애플 티비 플러스가 이미 당시에도 영화 '로마'로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넷플릭스를 제친 것인데요.

정리해보면 코다의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의 의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가장 적은 영화관에서 상영된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관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 관객이 옮겨갔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도 점유율이 가장 낮은 애플 티비 플러스가 수상을 하면서 아웃사이더에게 할리우드가 완전히 열었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댄 아이브스 웨드 부시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양보다 질을 내세운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게 전부일지 코다의 수상에서 찾은 '애플스러움', 즉 애플의 전략을 살펴봤습니다.

2019년 11월 애플티비플러스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넷플릭스는 당시 이미 1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애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후발주자라면 흔히 빠르게 마케팅비를 비롯한 예산을 투입해 구독자 확보에 속도를 내기 마련입니다. 가장 많이 택하는 방법이 작품의 카탈로그를 늘리기 위해 영화, TV 시리즈를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들여오곤 하죠.

하지만 당시 애플티비플러스 앱을 열어본 이용자들은 작품이 너무 없다고 평했습니다. 할리우드 배우 리즈 위더스푼과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으로 나선 '더모닝쇼', 제이슨 모모아가 열연한 '어둠의 나날' 등 9편 남짓 정도였습니다. 이로 인해 '양보다 질' 전략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애플 측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최고의 빛나고, 독창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제작(In house)'을 고집한 건데요. 이는 사실 제품을 만들 때 칩 설계부터 디자인, 운영체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제작 등을 모두 직접 하는 애플의 전략과 동일합니다.

/사진 제공=애플


두 번째 이유는 애플이 경쟁사와 달리 시간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시가 총액만 약 3조 달러(약 3600조원)에 달하는 애플이지만 처음부터 경쟁사처럼 대량의 제작 예산을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기준 연간 애플 티비 플러스 오리지널 제작 예산이 65억 달러(약 8조원)입니다. 물론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비해서는 많은 금액이지만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입한 넷플릭스의 3분의 1수준이고 아마존 프라임 90억 달러(11조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애플이 바라보는 시각이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달랐다는 점인데요. 데이비드 오펜버그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애플은 넷플릭스가 되길 원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그들은 콘텐츠 제국을 천천히 이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에게 있는 건 시간이라는 거였죠. 후발주자지만 공격적으로 구독자 수를 늘릴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애플 스토어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애플은 구독자 규모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지만 외신을 종합하면 구독자는 2500만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4분기 기준 2억 2000만명에 달하는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디즈니플러스가 1억 29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작은 숫자죠. 하지만 이제 승부가 확정됐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다의 수상 소식과 함께 대작인 '파친코'도 공개되면서 이미 애플티비플러스로 스트리밍 업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수억명에 달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애플티비플러스가 얼마나 침투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입니다. 큰 그림 그리기로 유명한 애플이 지금은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 영상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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