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동아프리카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최악의 식량난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유엔 자료를 인용해 최근 동아프리카 가뭄으로 1300만명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소말리아는 1684만명의 인구 ⅓이 기아 상태다. 인접국 케냐에서는 300만명 이상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15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아사했다.
에티오피아는 내전으로 북부 티그레이 지역으로 구호품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최근 6년 사이 최악의 식량난을 경험하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2년 사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식량 공급망 차질로 피해를 봤다. 케냐의 메뚜기 떼 창궐, 남수단의 홍수, 소말리아의 정정 불안, 수단의 민족 분쟁 등도 식량 사정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연료·비료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식량 수출국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적어도 아프리카 14개국이 자국 밀 수요의 절반 이상을 두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구호단체 머시코의 숀 그랜빌-로스는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가뭄 피해를 본 취약 인구를 지원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머시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소말리아의 식용유 20ℓ 가격은 32달러에서 55달러로, 콩 25kg 가격은 18달러에서 28달러로 올라갔다. 다른 구호단체 이슬람릴리프에 따르면 수단의 빵 가격은 거의 2배로 뛰었고 밀 수입이 60% 급감하면서 빵 가게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또 다른 구호단체 월드비전에 따르면 동아프리카 지역 어린이 550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다.
하지만 식량구호 프로그램의 사정도 악화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자금 고갈과 식량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동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피란민에 대한 식량 배급을 줄였다고 밝혔다.
구호단체 옥스팜의 가브리엘라 부커 총재는 유엔이 올해 에티오피아·소말리아·남수단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60억 달러 가운데 3%만 배정됐다면서 재앙을 막기 위해 아낌없고 즉각적인 기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말리아에서만 26만명이 아사했던 2011년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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