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 잘하는 정부’로 내건 차기 정부의 정체성에 맞춰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3일 차기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했다.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책임총리 확대’ 공약대로 헌법에 따라 국무위원 제청·해임권을 행사하며 국무회의를 주도하는 책임총리 수준의 권한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가장 큰 숙제는 역시 윤 당선인이 수차례 약속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50조 원’을 위한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다. 문재인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기존 예산 구조 조정을 통한 50조 원 추경은 어렵다고 보고 2차 추경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반대로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은 “추가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며 빚을 내서 추경하자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차기 정부 시작과 동시에 50조 원을 마련할 묘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 후보자는 5월 안에 50조 원의 추경안을 절대 과반인 야당을 설득해 국회에서 관철시켜야 한다. 추경안 처리가 늦을수록 손실보상도 지연되고 지방선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5월에 추경안이 정부 조직 개편안과 함께 국회의 문턱을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한 후보자가 국정을 주도하려면 조직부터 꾸려져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부 조직 개편은 문재인 정부의 조직을 ‘비효율적’ 구조로 낙인찍는 행위다. 또 윤 당선인의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한 후보자가 추경안과 정부조직법 처리를 매끄럽게 하지 못하면 차기 정부의 국정은 두고두고 거대 야당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7월에도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큰 장애물이 있다. 윤 당선인은 주52시간제도 등 노동시장 규제 유연화를 내세우고 산업 규제를 제거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는 7월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노동계와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마주앉는다. 노동계와 시작부터 충돌하면 노동 규제 유연화 계획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정권 초반 부동산 시장 안정화는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가늠하는 시험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월세 시장의 대혼란을 가져온 임대차 3법은 8월 시행 2년 차를 맞는다. 문재인 정부의 ‘미친 집값’을 대표적인 실정으로 지적하며 집권한 윤석열 정부마저도 부동산 정책에서 성과가 없을 경우 정권 초반 국정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
8월 임대차 3법 2년 차 대란을 넘겨도 3월에 만기가 6개월 연장된 133조 원의 소상공인·자영업 대출 부실 파도가 덮친다. 소상공인 대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우려도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금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 경제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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