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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불편할 뿐, 불행하지 않습니다…장애 의미 되새기는 작품 눈길

연극 '커뮤니티 대소동', 암흑 직면한 관객의 시각장애 직접적 경험

뮤지컬 '슈퍼맨처럼!', 장애 초등학생 이야기 통해 차별 문제점 꼬집어

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청각장애인·비장애인 함께 수어·음성진행

청각장애인 가족 삶 다룬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코다'도 다시 눈길


오는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이다. 올해는 특히 오랜 기간 이동에 심한 제약을 받아 온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개선하기 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난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자연히 장애 그 자체를 향한 관심으로 옮기게 마련. 최근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뮤지컬, 영화 등 예술작품들이 눈에 띈다.

연극 ‘커뮤니티 대소동’의 관객들이 안대를 쓴 채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 공연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관객들이 공연 시작 후 안대를 벗으면 빛이 하나도 없는 암흑에서 시각장애와 같은 상황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진 제공=국립극단




암흑의 상태에서 벌어지는 연극은 어떤 모습이며, 눈에 보이는 게 중요한 공연예술에서 시각이 봉쇄된 상황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지난 30일 막을 올린 ‘커뮤니티 대소동’은 시각장애를 직접 맞닥뜨리는 실험적 연극이다. 지난 2015년부터 시각장애인과 함께 작업해 온 이진엽 연출가가 출연진 9명 중 6명을 시각장애인으로 캐스팅해 함께 만들었다. 이 연출가는 “비장애인으로서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만난 시간 동안의 기쁨과 혼란을 담았으며, 관객도 감각적으로 함께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구성했다”고 말했다.

작품은 2022년 봄, ‘빛이 없는 세계’가 된 서울이라는 가상의 설정을 배경으로 한다. 관객은 입구에서부터 안대를 한 채 진행요원의 안내를 받아 정해진 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친다. 안대를 벗으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 기다리며, 관객도 극을 관람하는 객체가 아니라 시각장애의 상황에 함께 내던져진 채 공연에 동참하는 주체가 된다. 100분 동안 배우의 소리와 바닥의 촉감에 의지해 움직이고 자리를 이동하며 위치를 가늠하고, 추상적 수식어에 맞춰 춤도 춘다. 배우들도 관객들 사이에서 함께 움직이며 춤을 추고 소리를 낸다. 관객과 배우들이 정해진 동작을 수행하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면서 겪는 갖가지 혼란은 하나의 소동이 된다. 극중의 작은 소동일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매일같이 겪는 일상이다. 오는 10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

학전 어린이뮤지컬 ‘슈퍼맨처럼!’의 지난 2020년 공연 당시 모습. 사진 제공=학전


학전에서 선보이는 어린이 뮤지컬 ‘슈퍼맨처럼!’은 장애를 갖게 된 초등학생이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초등학교 5학년 정호는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입고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밝고 씩씩한 아이다. 정호는 동생 유나와 동네 친구인 태민과 함께 새 학교에 다닐 생각에 부풀어 있지만, 전학 갈 학교에서 장애를 문제 삼아 입학을 반대한다.

이 작품은 어른들의 차별에 대응하는 아이들의 일상에서 장애가 ‘틀린’ 게 아닌 ‘다를’ 뿐임을 자연스레 전하며, 차별이 얼마나 비겁하고 편협한지 아이들도 쉽게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에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나쁜 어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일상 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원작인 독일 뮤지컬을 김민기 학전 대표가 번안·수정·각색·연출했으며, 영화 ‘기생충’의 정재일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지난 2008년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사랑을 받았다. 오는 5월 22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



오는 19·20일 공연하는 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의 한 장면.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도 지난 2020년 온라인으로 선보인 데 이어 올해 관객들 앞에서 선보인다.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극단 핸드스피크’ 배우들이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이기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수어와 음성으로 전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연극이다. 1장 ‘주인 없음’은 묶은 머리 나라와 풀은 머리 나라가 땅을 두고 권력과 자신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전쟁하는 비극을 표현한다. 2장 ‘달빛 도망’에서는 괴한의 침입에서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 타인의 희생을 방관하고 도망치려는 마을 사람들과 타인의 희생을 막고자 고군분투하는 청년의 균열을 그린다.

이 작품은 인간의 이기심과 소통부재로 인해 일어나는 비극을 그리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의 균열을 막을 수 있다고 전한다. 오는 19·2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며, 26일에는 네이버TV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

영화 ‘코다’의 한 장면. 사진 제공=판씨네마


이 외에 지난달 27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도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소녀의 이야기를 다뤄 눈길을 끈다. 부모 역할을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로 캐스팅했으며, 남우조연상을 탄 트로이 코처가 수어로 수상소감을 말하며 시상식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는 이미 지난해 8월 개봉했지만 영화관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을 통해 볼 수 있다.

‘코다’는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10대 소녀 루비(에밀리아 존스)가 음악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따듯한 색채의 음악영화다. 루비는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작은 어촌 마을에서 청각장애인 부모, 오빠와 세상 사이를 이어주며, 루비 없인 가족들은 생업을 이을 수도 없다. 루비는 어느 날 합창단에 가입해 노래하는 기쁨을 알게 되며, 천부적 재능을 알아본 음악 교사로부터 음대 진학을 위한 권유를 받지만 꿈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에 빠진다. 영화 제목은 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Children Of Deaf Adult·CODA)를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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