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서 ‘꿈의 직업’으로 꼽히던 공무원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이 3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공무원에 대한 청년들의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경쟁률은 29.2 대 1을 기록했다. 2011년 93 대 1을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이어가다 30년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30 대 1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92년 19.3 대 1 이후 처음이다.
현직 공무원과 공무원 준비생, 일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의 매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적은 보수와 악성 민원인으로 인한 고충,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7급 공무원 황 모(32) 씨는 “대기업에 비해 월급은 적고 주 52시간 이상 일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게 공무원”이라며 “민원인들이 마음대로 욕해도 되는 직업으로 여긴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 특유의 폐쇄적인 분위기도 선호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경남 진주시에서 9급 국가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정 모(28) 씨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와 대민 업무에 대한 고충으로 직무 만족도가 낮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7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권 모(26) 씨도 “위계 구조가 엄격해 업무 처리 과정이 비효율적인 게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직업 안정성을 이유로 공무원을 선호하던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박 모(26) 씨는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를 인정받거나 이직을 하기도 힘들어 일찌감치 사기업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공무원은 안 잘리는 것 말고는 장점이 없다’ ‘첫 사회생활을 공무원으로 시작했는데 정체된 느낌이 들어 괴롭다’ 등의 반응이 늘고 있다.
젊은 공무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 새로 채용된 2030세대 6만 773명 중 13.4%(8142명)가 퇴직했다. 이는 2018년 퇴직 인원인 5761명보다 약 30% 늘었다. 2년 차 9급 공무원 이 모(28) 씨는 “임용 후 4개월 만에 주변에서 4명이 그만뒀는데 대부분 신규 임용자이거나 임용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공무원이었다”며 “동기 중에 이미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난 사람도 있고 퇴직을 고민하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무원 시험 경쟁력이 하락하는 것은 2030세대 인구 감소와 공무원연금 개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은 공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수험생이 늘면서 공무원의 인기는 한동안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 준비생 박 모(26) 씨는 “사기업에서는 성과급도 많이 주지만 공무원은 그런 보상 체계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라며 “공무원처럼 정년이 보장되면서 신상필벌이 확실한 공기업으로 최근 진로를 틀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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