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하면서 200년 이상 백인·남성 중심이었던 미 사법체계의 ‘유리 천정’이 마침내 깨지게 됐다.
미 상원은 7일(현지 시간) 본회의에서 커탄지 잭슨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3표, 반대 47표로 가결했다. 이로써 잭슨 후보자는 퇴임을 공식 발표한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 후임으로공식 임명될 수 있는 모든 법적 관문을 통과했다.
잭슨 후보자는 대법관에 임명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에 오르게 돼 지난 233년간 백인과 남성 위주로 쌓아올려진 미국 대법원의 강고한 '유리천장'을 깨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잭슨 후보자는 흑인으로서는 역사상 세 번째, 여성으로서는 여섯 번째 대법관이 된다.
상원에서 인사청문회가 끝난 직후만 해도 잭슨 후보자의 인준안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됐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친민주당 무소속 포함)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정확히 양분하고 있는데, 대법관 인준안 가결을 위해선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인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은 이탈표 없이 당연직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캐스팅보트까지 동원해야 인준안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표결에서 공화당 소속 수잔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밋 롬니 등 3명의 상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3명의 흑인 상원의원 가운데 한 명인 민주당 라파엘 워녹 의원은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나는 흑인 소녀의 아버지"라며 '잭슨 판사를 대법원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기대고 있는 전진에의 약속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공화당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도 잭슨 후보자를 급진 좌파라고 비판하며 인준에 반대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이 이정표는 수 세대 전에 이뤄졌어야 했지만 우리는 항상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가고 있다"며 "오늘 미국은 우리나라를 한층 완벽하게 하는 큰 걸음을 옮겼다"며 인준안 통과를 축하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외 정치 상황이 어지러운 가운데 지난 2월 25일 커탄지 잭슨 연방 항소법원 판사를 차기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여성 흑인 대법관 임명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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