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국립중앙의료원의 의료 손익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10배가량 악화했습니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영수 신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8일 ‘포스트 코로나 공공의료기관 기능 회복과 방향성 정립을 위한 기자 간담회’에서 “최소치로 잡아도 코로나19 이후 경영 정상화까지 3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의 전년 대비 의료 손익 감소율은 10.3%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유행이 강타한 2020년 의료 손익 감소율은 106.7%에 달했다. 메르스 사태와 비교하면 의료 손익이 10.4배 악화한 것이다.
특히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공공의료 기능을 주로 수행하는 진료과들의 타격이 컸다. 국립중앙의료원 급성기 진료과 9곳의 경영 실적을 살펴보면 2020년 평균 입원 환자 수는 4만 5180명으로 전년보다 56.8%, 외래 환자 수는 17만 5938명으로 18.7% 줄었다. 덩달아 입원 수익은 562억 원에서 289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고 외래 수익은 371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5.7% 감소했다.
다른 공공병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성남시의료원·서울적십자병원·거창적십자병원을 제외한 감염병 전담 병원 38곳의 2020년 경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입원 환자 수는 21%, 외래 환자 수는 25.1% 줄었다. 입원 수익과 외래 수익은 각각 30.8%와 20.3% 감소했다. 그나마 외래 수익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등을 운영하면서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주 원장은 “지역 소재 공공병원들은 감염병 전담 병원 지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큰 타격을 입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공병원이 궤멸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며 “공공병원을 마지막 보루로 이용했던 지역사회 환자들은 2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의료 체계 붕괴 우려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사스와 신종플루·메르스 등 신종 감염병이 반복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신종 감염병이 출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주 원장은 “공공병원 회복의 기준을 ‘코로나19 이전’이 아니라 ‘필수 의료 제공 책임 기관’으로서 위상을 확보하는 데 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범정부 공공병원 정상화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정부의 과제로는 △공공의료기관 수 확대와 재정적 지원 △의료 인력 공급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 △공공병원 의사 양성이 가능한 수련병원 지정 등을 제안했다.
이날 국립중앙의료원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의 기부금이 투입된 중앙감염병병원 신축 및 본원 이전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달 11일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 극동 공병단 부지에서 공사가 시작되면서 문화재 발굴 조사가 시작되고 사업의 총비용 조정을 위한 기획재정부의 적정성 검토 작업이 7월께 완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 원장은 “2025년 공사를 시작해 2027년 건립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모병원을 1100병상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육성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중앙감염병병원을 건립해 공공보건 의료 체계의 중심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