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각지에서 친러시아 시위가 진행됐다. 독일 거주 러시아계 주민들을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시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10일(현지 시간) 독일 공영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이날 프랑크푸르트 시민 약 600명은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독일 주민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는 가두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토요일에 이어 이틀째 진행됐으며, 많은 이들이 러시아 국기를 몸에 휘감거나 흔들며 행진했다.
비슷한 주제의 시위는 주말 동안 독일 각지에서 진행됐다. 9일엔 슈투트가르트에서 190대의 차량 시위가 진행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러시아포비아 중지'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었다. 하노버시 북부에서도 차량 350대를 동원한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앞서 독일 시 당국들은 참가자들에게 'V' 'Z'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표식을 사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DW는 이들의 시위를 두고 러시아의 전쟁을 지지하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례로 독일 빌트지는 베를린에서 진행된 친러시아 시위를 두고 "수치스러운 행진(parade of shame)"이라고 꼬집었다.
안드리 멜니크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프란치스카 기파이 베를린 시장에게 "어떻게 이런 수치스러운 시위를 허락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파이 시장은 대사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DW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 주민들이 각각 120만 명, 32만 5000명 가량 거주하고 있다. 독일 경찰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각각 383건, 181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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