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복지식당'에는 기본적인 생존권을 박탈당했을 때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절망은 곧 시선을 흐리게 하고, 악인의 교묘한 술수에 쉽게 넘어가게 만든다. 작품은 복지의 사각지대 놓인 한 장애인의 절망과 희망을 따라가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꼬집는다. 우리 곁에 있으나 모르고 지나쳤던 이야기다.
'복지식당'(감독 정재익 서태수)은 사회 곳곳 제도의 모순으로 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인권과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사고로 장애인이 된 청년 재기(조민상)가 세상의 수많은 문턱을 넘어 재기하려는 이야기다. 재기는 홀로 거동조차 힘든 중증에도 불구하고, 경증의 장애 등급을 받아 힘겨운 싸움 중이다. 그런 그의 딱한 사정을 봐준 선배 장애인 병호(임호준) 덕에 취업도 하고 대출도 받으며 희망을 되찾는다. 그렇게 삶의 재기가 눈앞에 왔다고 여긴 순간,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작품의 외피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의 고단한 삶이다. 잘못된 판정으로 경증 등급을 받은 재기는 모든 복지가 중증 장애인에게 맞춰져 절망한다. 혼자서는 몇 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손을 다쳐 스스로 휠체어를 굴릴 수 없는 재기에게 이동 수단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러나 장애인 콜택시, 전동 휠체어, 심지어 지팡이까지 중증 장애인 위주로 지급돼 재기의 몫은 남아 있지 않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재기는 등급에 맞춰 경증 장애인을 모집하는 곳에 가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거절당하고, 장애에 맞춰 중증 장애인을 모집하는 곳에 가면 "경증 등급으로는 회사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퇴짜를 맞는다.
절망에 빠진 재기의 심리를 교모하게 파고든 건 병호다. 처음에 병호는 재기에게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장애인 관련 법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는 병호가 문제를 쉽게 해결했기 때문. 그러나 갈수록 병호는 야욕을 드러내며 취업과 장애인 등급을 미끼로 재기에게 돈을 뜯어낸다. 나아가 병호는 재기를 자신의 수하처럼 부리면서 복종을 강요하기까지 한다. 조금이라도 재기가 반항을 하려고 하면 폭력적인 언행으로 쉽게 제압한다. 재기를 이용하는 병호의 악행이 작품의 내피다. 내피로 들어가면 장애인 사회 안에서도 착취와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나타낸다.
병호가 재기의 사촌누나인 은주(한태경)에게까지 검은 마수를 뻗친 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병호는 은주에게도 취업 자리를 제안하면서 접근하고, 은주에 술에 취한 틈을 타 성추행을 시도한다. 가까스로 도망간 은주는 다음날 병호에게 문제를 제기하려 하지만 "재기의 취업이 나한테 달려 있다"는 병호의 말에 애써 삼킬 수밖에 없다.
작품은 빌런인 병호 캐릭터를 통해 편견을 제거한다. 흔히 약자는 선하다고 생각하지만, 병호는 장애인인 자신의 처지를 들어 오히려 사람들을 이용한다. 악한 약자도 존재할 수 있음을 알리며, 장애인 사회도 비장애인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선과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목인 '복지식당' 속 식당은 모든 문제가 일어나는 곳이다. 식당은 우리 삶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으로, 희로애락이 묻어 있다. 재기가 장애인 등급과 취업, 대출에 대한 희망을 품은 곳도 식당이고, 병호에게 착취를 당하는 곳도 식당이다. 결국 모든 것을 잃은 재기가 울분을 토하는 곳 역시 식당이다.
사회 고발 영화의 특성상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인권에 대한 경종을 울리면서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가녀린 몸으로 재기의 휠체어를 힘겹게 미는 은주의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아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이동이 곧 생존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시사한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살펴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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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제목 | 복지식당(Awoke)
감독 | 정재익, 서태수
출연 | 조민상, 임호준, 한태경, 송민혁
제작 |제주에스엘
배급 | 인디스토리
러닝타임 | 96분
개봉 | 2022년 4월 14일
관람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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