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민의힘의 검찰개혁 반대에 ‘살라미 전술’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가동할 것에 회기를 짧게 남겨두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움직임이 섣부르다는 지적에는 “이미 충분히 논의 된 내용이고 법안 준비도 돼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서울 동작구을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CBS) 방송에 출연해 “검찰개혁은 우리 지지자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고 국회의장도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민주당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한 뒤 경찰 조직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2단계의 ‘검수완박’ 로드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첫 단계로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법안을 4월 국회에서 통과시켜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 3일까지 공포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문제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정의당도 정권 말 검수완박 강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의당의 협조가 없이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없다. 이 의원은 “(필리버스터 중지에는) 180명의 동의가 필요해 회기를 짧게 잘라서 가는 살라미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며 “회기가 중단되면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중단되고 그 다음 회기에서 자동으로 표결에 붙여진다”고 설명했다. 살라미 전술은 협상 등에서 한번에 목표를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별로 세분화해 조금씩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의원은 박 국회의장이 그런 방식의 강행 처리에 동의하겠느냐는 우려에는 “설득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박 의장도 검찰개혁의 취지에는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 의장은 국회 내 협상과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해에도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려는 상황에서도 법안 상정을 거부하고 여야 합의를 주선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검수완박이 국가 수사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는 “(검찰 기소·수사권 분리는) 지난 검·경수사권 조정 당시 충분히 논의한 사안”이라며 “궁극적으로 한국형 FBI를 만드는 방식으로 경찰의 수사 역량을 키우면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금도 검찰이 수사개시권이 있을 뿐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하는 중”이라며 “개정안에도 3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기 때문에 수사 공백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검찰의 방대한 수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검찰 수사 인력이 6000여 명”이라며 “경찰 수사 조직이 강화되거나 수사청이 생기면 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수사 역량을 발휘하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검찰 수사권을 넘겨받아 경찰이 비대해지면 경찰을 행정·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과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로 구분한다는 구상이다. 이 의원은 “기본적으로 현재 국가수사본부를 운영하는 취지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의원은 한국형 FBI를 만들기 위한 입법안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정부조직법이나 특별수사청 특별법 등이 발의돼있다”며 “다만 정부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새 정부의 영역이니 여당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자는 의견이 (의원총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이 경찰이랑은 친하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실 고위공직자들이 검찰과 더 친하다. 보험을 들어놓은 것”이라며 “검찰과 친하면 수사를 받을 때 본인들이 안전해진다. 그래서 경찰과는 친하지 않아도 검찰과 친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실적으로 검찰 출신과 연결되거나 친한 대기업들이 많다”며 “그래서 안전하다고 생각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