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선거구 11곳을 3인 이상 선거구로 시범 지정하기로 14일 최종 합의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잇따라 회동한 데 이어 물밑 협상을 지속해온 결과다.
다만 6·1 지방선거에서만 한정해 적용하는 데다 시범 실시하는 곳이 전국 728개 선거구의 1.5%에 불과해 제도 전면 적용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의문을 공개했다.
기초의회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수도권 8곳, 영남·호남·충청권 각 1곳을 3~5인 선거구로 지정해 선거를 치른다는 내용이다. 고질적인 ‘선거구 쪼개기’의 근거가 됐던 공직선거법 조항은 삭제하기로 했다. 헌법 불합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광역의회 선거구는 38석, 기초의회 선거구는 48석을 늘린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12일 선거구 획정과 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확대를 합의하기 위해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원활한 지방선거 사무를 위해 선거구별 인구수 비율을 1 대 3 이내로 맞추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맞춰 선거구를 늘려 15일 본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지방선거에서 기초의회 3인 이상 선거구 적용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후 양당 원내 지도부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의 협상이 이어지면서 일부 선거구에서 시범 적용하는 방향으로 여야가 이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당초 민주당은 현행 2~4인으로 규정된 기초의회 선거구를 3~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는 광역의회가 기초의회 3~5인 선거구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26조 4항을 삭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든 선거구를 2인으로 나눠 양당이 기초의회를 독식하는 폐해를 막자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소선거구제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으나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시범 적용해 다당제 달성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보자는 제안에 동의했다. 대신 기초의회 선거구 정수는 그대로 2~4인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여야가 ‘선거구 쪼개기’ 규정을 삭제하는 데 동의했지만 여전히 광역의회에 기초의회 선거구를 조정할 권한이 남아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거대 양당의 합의에도 여전히 광역의회가 선거구를 쪼갤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 법 개정 취지에 맞춰 각 시도의회도 조례를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는 “법적으로 여전히 광역의회가 선거구를 조정할 수 있지만 상위법상 선거구 쪼개기 규정을 없애는 것이 주는 정치적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범 적용을 두고도 양당은 시각차를 보였다. 김 간사는 “3인 이상 선거구를 적용하는 곳에는 지역 대표성 있는 인물이나 참신한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조해진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는 “순기능이 있다면 4~5개 당까지 기초의회에 진입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단순히 정의당의 진입이 늘어나는 것으로는 다당제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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