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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깨지면 양측 모두 타격…安측 "사퇴없다" 봉합 여지도

[갈림길 선 尹·安 공동정부]

安측 "명단조차 사전보고 안됐다"

내각 인선에 '安라인' 없어 불만

尹측 "총리직 거절해놓고" 비판 속

국힘 '지방선거 중도층' 이탈 걱정

安측은 '자리싸움했다' 비판 우려

'공동정부 운영 5대 약속' 안 깰수도

1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권욱 기자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53일밖에 없습니다. 휴일 없이 일해야 합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 첫 인수위원회 회의에서 인수위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그릴 막중한 책임을 인식하자는 주문이었다. 그는 “토요일·일요일을 포함해 휴일 없이 일해야만 될 것 같다. 모두 밤을 새워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저도 함께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안 위원장이 14일 돌연 일정을 모두 취소하며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사태의 진앙지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2차 장관 후보자 인선이었다. 명단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단 한 명도 반영되지 않았다. 10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8개의 장관직에 이어 전날 2차 내각 인선의 명단에서도 안 위원장이 제안한 인사의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이 때부터 인수위 내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특히 의사이자 벤처기업인 출신인 안 위원장이 전문성을 가지고 제안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에 이어 중소벤처기업부마저도 윤 당선인 측과 당이 추천한 인사들도 채워진 점이 문제가 됐다.

입각설이 무성했던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윤 당선인이 낸 인사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돌아왔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안 위원장이 2차 인선 발표 이후 인수위 분과 보고를 받는 ‘도시락 회동’ 일정에 불참하면서 불화설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날 안 위원장이 두문불출하면서 사태가 더 커진 것이다.

안 위원장 측에서는 “공동정부의 약속을 깼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지난달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원팀’의 조건으로 ‘국민통합정부’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미래 정부 △개혁 정부 △실용 정부 △방역 정부 △통합 정부 등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나아가 두 사람은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며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는 합의문도 밝혔다.

하지만 43일 만에 끝난 초대 내각에 안 위원장 측 사람은 없었다. 안 위원장 측은 “중요한 것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논의가 없었다”며 “(발표할) 명단조차 (안 위원장에게) 사전 보고가 안 됐다는 부분이 좀 비정상적인 체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위원장께서 열심히 일에 매진해서 집중했다”며 “(안 위원장이) 이런 비정상적인 체계에서 좀 돌아보고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윤 당선인이 이날 안 위원장 측에서 터져나온 불만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불붙은 불화설에 부채질까지 하는 모습이 연출된 점이다. 윤 당선인은 3차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 위원장의 칩거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글쎄 저는 좀 이해가 안됩니다만 제가 (안 위원장에게) 추천을 받았고 또 인선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 드렸다”며 “거기에 대해 뭐 무슨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무슨 일정을 취소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인수위) 분과 보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안 나오신 것을 갖고 일정을 취소했다는 그런 식으로 (언론에서) 보고 계신 모양”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인수위에 첫 출근을 한 뒤 일정을 모두 참여하지 않은 날은 이날이 유일하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안 위원장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안 위원장이 ‘공동정부’의 핵심인 국무총리직을 스스로 고사했다는 것이다. 또 안 위원장의 추천 인사 역시 모두 검증했지만 다른 후보자들을 우선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국무총리를 했으면 당연히 (헌법상 권한인)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셨을 것”이라며 “(안 위원장은) 행정부 대신 정당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분수령은 15일이다. 안 후보가 연 이틀 인수위에 출근하지 않는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거취를 결단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부터 선장 없는 조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비상대책위원회는 물론 차기 정부 국정과제 역시 위원장 없이 마련해야 한다. 이 경우 사실상 공동정부의 약속은 깨지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중심의 차기 정부로 출발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6월 전국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이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안 위원장 역시 자리싸움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양측이 갈등을 봉합할 여지는 남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공동(정부) 운영 원칙은 유지하겠다, 공동 국정 정신을 기반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관직이 아닌 차관급 기관, 공공 부문에서 안 위원장 측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안 위원장 측도 사퇴설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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