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발언을 비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형제’로 표현해 우크라이나의 공분을 샀다.
두 지도자가 엮인 논쟁의 시발점은 앞서 12일 러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제노사이드라고 표현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제노사이드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처럼 특정 국가·민족·종교집단 등을 절멸하기 위해 해당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로 유엔 협약에는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할 범죄 행위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행위를 제노사이드로 규정할지 미 행정부 내에서조차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이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말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 평화 재건이라는 목표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고 논란이 커지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다음 날 정례 브리핑에서 “(실제 규정에는) 법적 절차가 있다”며 대통령이 “느낀 바를 말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발언을 비판한 마크롱 대통령의 ‘입’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같은 날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형제 같은 사이"라며 “제노사이드라고 표현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가장 잔혹한 전쟁을 일으켰으며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다"면서도 제노사이드라는 평가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이 발언이 우크라이나를 자극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형제 같은’ 이들은 다른 형제의 아이들을 죽이고, 민간인을 쏘고, 여성을 강간하고, 노인을 불구로 만들거나 집을 파괴하지 않는다”며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형제 관계라는) 신화는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무너지기 시작해 올 2월에 완전히 사라졌다"고 역설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진정한 지도자의 참된 표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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