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됐지만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12만 5846명 늘어 누적 1610만 4869명이 됐다. 전 국민 3명 중 1명이 코로나19를 겪었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코로나19에 확진되거나 확진됐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적어도 2개월, 통상 3개월 동안 다른 진단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을 겪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롱코비드(Long Covid)'라 명명했다. 국내의 경우 올해 들어서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후유증 보고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15일 명지병원이 국내 코로나19 후유증 현황을 개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명지병원은 지난 3월 21일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개소하고 운영하고 있다. 명지병원에 따르면 개소 시점으로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3주간 1077명의 환자가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방문했다. 클리닉을 찾은 환자 1077명 중 여성이 695(65%)명으로 남성 382명(35%)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90명(27%)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50대 217명(20%)·40대 198명(18%)·30대 150명(14%) 순이었다. 70대 이상은 114명(10%), 20대 98명(9%)으로 집계됐다.
클리닉을 찾은 환자 1077명 중 초진 환자 748명의 사전설문지를 분석한 결과, 3개 이상 복합 증상을 느낀 경우는 488명(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2명 꼴로 3가지 이상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세부 응답을 살펴보면 1개 증상 만을 느낀 환자가 146명(20%)으로 가장 많았지만, 3개 증상 131명(18%), 4개 증상 123명(16%), 2개 증상 114명(15%), 5개 증상 99명(13%), 6개 증상 70명(9%) 등 여러 증상을 복합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더 많았다. 또 최대 9개 증상을 느낀다는 환자도 6명(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환자에게 코로나19 후유증 감염 이후 나타난 증상을 물었을 때 기침(31%)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복수응답). 격리해제 후에도 기침 증상이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밖에 전신쇠약(13%)과 기관지염(급성 및 만성, 9%)·호흡이상(9%)·식도염(8%)·위염(7%)·가래이상(7%) 등이 뒤를 이었다.
병원 측은 사전설문지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여러 전문과의 협진 필요성을 강조한다. 실제 클리닉 내원 시 심장·폐·간기능·신기능·염증수치 등 기본검사 결과가 좋지 않거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소견이 관찰돼 전문 진료과에 협진을 의뢰한 건수는 총 178건에 달했다. 세부 진료과를 살펴보면 이비인후과(34건)와 심장내과(34건)가 가장 많았고, 정신건강의학과(21건)와 호흡기내과(21건), 안과(12건) 등으로 나타났다.
기록상 격리해제일이 파악 가능한 545명을 대상으로 격리해제일로부터 클리닉을 찾기까지 걸린 소요일수는 평균 24.3일이었다. 1달(30일) 이내 방문한 환자가 469명, 1달(30일) 이상이 지난 후에 방문한 수는 76명으로 조사됐다. 후유증을 가장 오래 겪다 내원한 환자의 경우 격리해제일로부터 749일째인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 센터장을 맡고 있는 하은혜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을 찾은 대다수 환자들이 2~3개 이상의 복합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협진 등을 통해 후유증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심할 경우 전문과에서 추적 관찰해 적절한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명지병원은 코로나19 후유증 클리닉은 이달 4일부터 진료공간과 진료세션을 확대하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코로나19 아급성기 병동 운영에 나섰다. 호흡기내과와 신경과, 가정의학과를 주축으로 심장내과와 신장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감염내과 등과 협진을 통해 코로나19 후유증을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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