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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타임] 살 빠지면 좋은 줄 알았는데…'이 병' 증상은 악화될수도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연구진 COPD 코호트 분석 결과

만성기관지염 동반한 저체중 환자, 악화 위험 최대 41% 증가

적정체중 유지 등 건강관리 신경써야 COPD 악화 예방에 도움





체중조절의 긍정적인 효과는 널리 알려져 있다.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면 혈당이 개선되고, 5% 이상을 감량하면 혈당 뿐 아니라 지질과 혈압을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보다는 적게 나가는 편이 건강에 좋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 살이 빠지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경우도 있다. 국내 연구진이 공개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는 체중이 줄어들면 병이 악화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적정 체중 이하로 살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박혜윤·신선혜 교수 연구팀은 강원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우진 교수·의생명연구소 권성옥 박사 연구팀과 함께 건국대병원 유광하 교수가 이끄는 한국 COPD 코호트(KOCOSS)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COPD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남성 2명 중 1명 꼴로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이미지투데이


COPD는 장기간에 걸쳐 기도가 좁아지는 폐질환이다. 흡연을 비롯해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으로 인해 기관지와 폐실질에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 폐의 퇴행성 변화가 심하게 나타난 상태를 의미한다. COPD 환자들은 기도가 병적으로 심하게 좁아져 있어 숨을 잘 내쉬지 못하고, 숨이 차게 된다. 국내의 경우 65세 이상 남성 2명 중 1명 꼴로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COPD 코호트에 등록된 환자 1264명을 대상으로 만성기관지염과 체질량지수(BMI)가 COPD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분석에 포함된 환자들의 평균 나이는 69.1세로 대다수가 남성 환자(1150명, 91%)였다. 대부분 흡연과 관련 있는 환자들로 65%는 과거에 담배를 피웠던 경험이 있었고, COPD 코호트 등록 당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우도 26%로 조사됐다. 전체 환자 1264명 중 451명(36%)은 만성 기관지염 증상을 나타냈다. 만성 기관지염은 기침과 가래가 최근 2년간 적어도 석 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연구팀은 만성기관지염 증상 동반 여부와 BMI 수치 25kg/㎡를 기준으로 가른 비만 여부에 따라 환자 유형을 4가지로 나눴다.

COPD는 환자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가 싶다가도, 호흡곤란 등 갑작스레 병이 악화되는 게 특징이다. 폐질환의 특성상 한 번 병세가 깊어지면 증상이 누그러지더라도 다시 반복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이전보다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COPD 진단 이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번 연구에서 환자 분류 기준으로 사용된 만성기관지염과 비만은 COPD의 대표적인 악화 위험인자로 꼽힌다.



분석 결과 환자는 BMI 25kg/㎡ 미만이면서 만성 기관지염을 동반한 환자에서 COPD 악화가 가장 빈번했다. 해당 그룹으로 분류된 환자 353명 중 184명은 1년 이내 급성 악화가 관찰됐다. 1000인년으로 환산할 경우 763명꼴로 가장 많았다.

만성기관지염은 없지만 BMI 25kg/㎡ 미만인 환자는 1000인년 기준 572명으로 악화 발병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기관지염은 있지만 BMI 25kg/㎡ 이상인 환자가 1000인년 기준 526명으로 뒤를 이었다. 만성 기관지염이 없고, BMI 25kg/m2 이상인 환자는 1000인년 기준 402명으로 4가지 유형 중 악화 발병 빈도가 가장 낮았다.

연구팀이 이를 토대로 COPD 악화의 상대적 발생 비율을 살펴본 결과, 만성 기관지염이 없는 경우 BMI 25kg/㎡ 이상인 환자보다 25kg/㎡ 미만인 환자의 발생비가 21% 더 높았다. 만성 기관지염이 있는 경우에는 BMI 25kg/㎡ 미만일 때 발생비가 41%까지 뛰었다. 만성 기관지염을 달고 사는 COPD 환자라면 체중이 낮을 때 병을 관리하기가 더욱 불리하다는 의미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박혜윤·신선혜 교수, 강원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우진 교수, 건국대병원 유광하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나온 데 대해 BMI가 낮을수록 BMI가 높은 환자들보다 근육량이나 영양 상태가 불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COPD를 악화시키는 폐기종의 정도가 더 심한 경향을 보이고, 체중이 낮은 탓에 COPD 악화 예방을 위한 치료제 선택에 제한이 많은 것도 이유로 꼽혔다.

그렇다고 무작정 살을 찌우는 게 COPD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팀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호흡 재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COPD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혜윤 교수는 “여느 질환처럼 만성폐쇄성폐질환도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해야 병의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면서 “특히 평소 기관지염이 잦은 환자라면 살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인 ‘호흡기연구(Respiratory Research)’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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