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팬데믹 이후의 세계 경제 회복세를 지연시키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이 올해 글로벌 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가 파이낸셜타임스(FT)로부터 나왔다.
FT는 17일(현지시간)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두 가지 위험성, 혹은 스테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브루킹스-FT 추적지수’를 인용하며 물가 상승 압력, 생산증가세의 둔화, 경기회복심리 하락 등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FT는 "브루킹스-FT 세계경제회복추적지수(Tiger)를 보면 종합지수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지난해 말 이후 성장 모멘텀이 뚜렷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세부적으로 경기 심리와 금융시장 상황 역시 고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는 실물경제, 금융시장, 경제 심리 지표를 과거 평균과 비교해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는 것이다. 실제 그래프를 보면 팬데믹 직후 지표는 곤두박질 쳤다가 지난해 중반까지 수직 상승한 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임에도 다시 수직 하강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 연구원은 "그 결과 정책 입안자들이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FT는 "각국의 부채가 이미 많은 상황에서의 금리 상승 위험과 물가의 빠른 상승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당국자들은)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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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사드 연구원은 "2022년은 지정학적 재조정, 계속되는 공급 차질,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우려되는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동맹국이 갈리고 반도체 등의 공급 차질이 계속되며 그 결과 시장 변동성은 증폭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프리사드 연구원은 세계 3대 경제블록이 각각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짚었다. 일단 미국을 보면 소비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노동 시장도 팬데믹 이전 상태로 돌아갔지만 물가상승률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실질적인 위험에 처해 있고, 그동안 시장에 신호를 줬던 것보다 더 공격적으로 돈줄을 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로 인해 2023년 (미국 경제의) 현저한 성장둔화 위험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상하이와 같은 심각한 코로나19 봉쇄는 중국의 소비자 지출, 투자, 생산을 위협하는 반면 통화정책을 다시 완화하는 것은 금융 안정에 대한 장기적 위험을 증폭시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통화완화책을 예고한 상태다. 유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으며 경기심리가 빠르게 식고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프리사드 연구원은 "세계경제를 다시 합리적인 성장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단기 수요를 진작시키는 것보다는 근본 문제를 바로잡는 공동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혼란을 제한하는 조치나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 장기적인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지출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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