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한미 상호관세 협상의 예고편이 될 미일 협상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다. 미국과 일본 외교가에서는 미국 장기채 매입부터 환율, 방위비, 조선소 투자 등 광범위한 의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일 관세 협상은 △미국에 대한 투자 △강달러 탈피 및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유지 △동맹의 안보 부담 증액 등이 3대 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7일 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일본과 협상을 하라는) 임무를 줬다”며 일본과의 협상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의 경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단순한 무역 불균형 시정이 아니라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목표로 한다”며 “미국 측에서는 조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짚었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한 논의는 물론 제조업 부활을 위해 미국 내 기간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이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행정명령에는 ‘동맹국이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할 수 있게 상무부 등이 90일 이내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고안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 내 조선소 투자 요구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환율 문제도 난제로 꼽힌다. 닛케이는 “미국이 목표로 하는 것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강달러 현상을 시정하는 것”이라며 “베선트 장관도 ‘두 가지 목표는 모순되지 않으며 미국이 해야 할 일은 1980년대나 1990년대 있었던 국제통화 간 조정’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강달러 현상 시정에 착수한 1985년 플라자 합의 등을 염두에 두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티븐 미런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마러라고 합의’ 구상을 상세히 설명하며 현실화될 경우 일본은 엔화 강세뿐 아니라 미 국채금리 부담까지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마러라고 합의는 동맹국이 보유한 만기 10년 이하 미 국채를 팔고 100년 만기 초장기 국채를 무이자에 가까운 낮은 관세율로 매입하도록 압박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안보 비용 부담을 늘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점도 일본 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닛케이는 “일본은 무역, 통화와 방위 문제를 분리해 대미 협상에 임해왔다”며 “안보가 협상 재료가 되면 일본은 대미 협상에서 더 양보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우리 정부 역시 관세와 방위비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인데 미국이 일본에 방위비 문제를 거론할 경우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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