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통에 아버지를 잃고 러시아 고아원으로 가야 하는 12세 우크라이나 소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키라 오베딘스키는 밝고 평범한 10대 소녀였다. 비록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긴 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전쟁이 모든 걸 바꿔 놓았다.
우크라이나 수구 대표팀 주장을 지낸 키라의 아버지 예벤 오베딘스키는 지난달 17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며칠이 지나고 키라는 아버지의 여자친구와 함께 마리우폴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지뢰가 터져 크게 다쳤다. 키라는 모스크바의 지원을 받는 도네츠크 지역 병원으로 후송됐다.
키라의 할아버지인 올렉산더는 손녀를 찾고자 백방으로 수소문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도네츠크 병원 관계자는 올렉산더에게 “키라는 러시아의 한 고아원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전했다. 올렉산더는 “이제 키라를 다시 볼 수 없을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최소 6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 국경을 넘어 안전한 곳으로 이주할 수 있게 도왔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약 4만 명의 자국민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납치와 강제 이주 등으로 러시아로 가게 됐다고 반박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43만3000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러시아로 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영토로 가는 안전한 통로를 막고 우크라이나인들을 멀리 떨어진 러시아 영토로 강제 추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탈출한 우리 국민들을 러시아로 강제 입국시켰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특히 그들 중엔 수천 명의 아이들이 있는데 우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건강한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불행하게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올렉산더는 최근 키라로부터 “할아버지, 울지 마세요”란 음성메시지를 들었다. 하지만 키라는 정작 자신이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오랫동안 할아버지를 보지 못했어요”라고 한 키라는 “맘껏 울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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