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0일 보편적인 노동규범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발효되면서 한국에서 파업권이 크게 확대됐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ILO 핵심협약의 해석과 이행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 이같은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부는 20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이날 발효된) 결사의 자유 관련 ILO 협약(제87호와 98호)에는 단체행동권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단체행동권의 범위가 넓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부는 "87호 제8조는 노동조합이 국내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며 "노조는 쟁의행위 시 (기존처럼) 노조법상 절차와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제적인 노동규범인 ILO 핵심협약 3개가 발효됐다. 이 협약들은 현행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이 때문에 경영계에서는 협약 발효를 두고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이 크게 확대됐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ILO 협약이 정치 파업을 금지하고 있는 한국 노조법 위로 올라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이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을 경영계는 걱정한다.
문제는 ILO 협약이 파업권에 그치지 않고 범위가 너무 넓어 고용부가 혼란을 진화하는 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용부는 일명 ILO 3법 등을 통해 협약 이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제대로 된 협약 이행을 위해서는 추가로 노조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집회를 열고 노조법 2조 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법조계에서도 ILO 핵심협약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기존 법과 충돌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은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성격이 짙어 아무리 세세하게 법을 만들어도 해석을 두고 이견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사법정책연구원이 공개한 ILO 협약에 대한 보고서도 “개정 입법(ILO 입법)이 국제노동기준과 차이를 완전하게 극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법부는 재판의 당사자가 국제노동기준에 근거한 주장을 펼 때 국내법 규정이 미흡하다고 거부할 수 없다”고 현행법의 한계를 에둘러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