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바뀌게 될까. ‘병사 봉급 200만 원 인상’이 가장 먼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은 나라를 지키려고 희생하고 있는 청년 장병들에게 ‘최저임금’ 수준의 대우는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문제는 예산 마련이다. 윤 당선인은 1월 10일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공약과 관련해 “(병사 봉급을) 최저임금으로 보장할 경우 지금보다 5조 100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보다 증액 수준을 줄여 단기적으로는 연간 2조 원대의 비용을 추가하는 수준에서 봉급 200만 원을 맞출 수 있을지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50조 원의 국방 예산도 대부분 경직성 경비나 계속 사업비, 법정 의무 지출 등으로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는 전력 운영비나 방위력 증강비 중 일부 예산 사업을 줄여 봉급 인상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어떤 항목의 예산을 줄이느냐에 따라 군이 필요한 연료, 수리 부속 등의 예산을 졸라매거나 첨단 무기 개발·구매 사업을 연기·축소하거나 취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을 보유한 주변국들의 군사력이 급팽창하는 와중에 우리만 병사 인건비에 발목 잡혀 국방 첨단화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병 봉급 인상 vs 군비 증강’의 딜레마를 풀려면 기존 국방 예산을 돌려 막기보다는 새로운 재원을 발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병사 봉급 200만 원 지급에 소요될 비용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밝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 신규 세원을 만드는 것이다. 대신 전체적인 국민 조세 부담률이 늘지 않도록 시의성·효과성을 상실한 여타 세금이나 준조세들을 축소·폐지한다면 국민적 조세 저항을 최소화하면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가칭 ‘장병사회진출기금(혹은 병역장려기금)’을 신설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기금의 재원은 공공시설 및 공공서비스 이용 요금 등에 부담금 형태로 일정률을 부과해 만드는 것이다. 부담금은 수익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공공시설 및 공공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군 장병들의 안보 유지를 통해 가능한 것이므로 그런 논리를 적용한다면 공공시설 및 서비스 사용자에게 병사 봉급 인상 재원을 일부 부담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대신 영화관 표에 대한 영화발전기금 3% 부과를 폐지하는 등 시의성과 합리성이 떨어지는 각종 준조세들을 축소·폐지한다면 국민의 준조세 부담 증가를 최소한도로 억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정석적인 방법은 일종의 목적세(가칭 사회진출장려세 혹은 병역장려지원세)를 신설해 정부 일반 회계로 재원을 편입시키는 것이다. 그 대신 시의성과 합리성이 크게 떨어진 농어촌특별세를 일부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농특세가 부과돼 온 소득세·법인세·취득세 등에 사회진출장려세를 부가한다면 국민의 추가적인 조세 부담 없이 세원을 확보할 수 있다.
어떤 방법이 됐든 재원을 새로 발굴하려면 국방과 재정 건전성을 모두 지키겠다는 윤 당선인과 여야의 굳은 결의가 필요하다. 정교한 사후 대책 없이 밀어붙인다면 문재인 정부 초기에 사회적 합의 없이 과속해 추진하다가 미완에 그치고만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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