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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30주년 이끌 주중대사, 공석은 안된다 [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尹정부 취임 후 임명 서두르지 않으면

'對中노선' 다른 장 대사가 주관하거나

한국 대표할 대사 자리 공석될수도





154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노영민 전 주중 대사가 부임하기까지 걸린 기간이다. 역대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늦게 부임한 주중 대사였다.

다음 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뒤 107일째가 되는 8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만약 노 전 대사처럼 그때까지도 주중 대사가 부임하지 못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가능한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현 장하성 대사가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장 대사는 문재인 정부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초대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내며 사실상 실패로 끝난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했다. 정책실장에서 물러난 후에는 주중 대사로 임명돼 ‘돌려 막기’ 비판에 시달렸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실세였던 장 대사가 한중 수교 30주년이라는 중요 행사를 책임지는 장면을 상상하기 싫을 것이다.

다른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한중 수교 30주년에 우리나라를 대표할 대사 자리가 공석으로 남는 것이다. 신임 대사 임명이 지연돼 부임이 늦어지는 와중에 장 대사가 미리 물러난 경우에 해당한다. 과거에도 신임 대사가 임무를 시작하기 전에 대사가 자리에서 내려오는 경우는 적지 않았다. 특히 여야 정권 교체기 때 그랬다. 노무현 정부의 김하중 대사가 물러난 후 이명박 정부의 신정승 대사가 취임하기까지는 무려 57일이 걸렸다.



베이징 관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장 대사가 서둘러 귀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심지어 이미 사표를 냈다는 말도 나왔지만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해져 상하이 등 곳곳의 교민들이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중국 총책임자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만큼 조기 귀국이 ‘설(說)’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친중 성격의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대중 외교 스탠스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 장 대사 스스로도 지금 자리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온다.

어찌 됐건 공은 윤석열 정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주중 대사가 하루빨리 부임해 차기 정부가 원하는 모습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은 물론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그려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 자리가 공석인 상태에서 출범해 여러모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주중 대사를 공식 발표하기까지 141일이나 걸렸다.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를 미리 밟은 덕에 그나마 부임까지의 기간은 단축했다.

역대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주중 대사가 취임하기까지 △김영삼 정부-황병태 대사 101일 △김대중 정부-권병현 대사 63일 △이명박 정부-신정승 대사 72일 △박근혜 정부-권영세 대사 97일 등 2~3개월 정도가 걸렸다. 자칫 주중 대사 내정이 지연되고 장 대사마저 중도 귀국해 주중 대사 없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게 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역대로 중국에서 열린 한중 수교 관련 기념 행사는 주중 대사가 주최했다. 25주년 때 김장수 전 대사, 20주년 때 이규형 전 대사가 각각 기념식을 주최했다.

문제는 양국을 둘러싼 분위기다. 최근 한중 관계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현 정부의 외교를 ‘반미친중’이라고 비판했고 미국과 일본에 특사 성격의 정책협의단을 보내기로 한 것과 달리 중국에는 별다른 손짓을 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취임 전 윤 당선인과 통화하며 관심을 표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오히려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 가입처럼 중국이 민감해 하는 이슈가 나오고 있다.

한중 30주년 기념 행사는 중국의 반응에 따라 향후 대중 관계를 그려보는 기회도 된다. 중국과 관계가 좋았던 20주년 때는 차기 주석으로 유력했던 당시 시진핑 부주석이 깜짝 방문한 것을 비롯해 양제츠 외교부장,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이 대거 방문했지만 사드 사태로 관계가 악화된 25주년 때는 급이 한참 낮은 완강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 대표로 참석하며 홀대받은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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