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고 변희수 육군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위원회는 25일 “국방부 장관에게 변 하사의 사망구분에 관한 사항을 순직으로 재심사할 것과 군 복무에서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인식 및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군 복무에서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인식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도 요청했다.
위원회는 "경찰 수사결과, 법의학 감정, 시신 검안의에 대한 조사 등을 바탕으로 고인의 사망시점을 확인했다"면서 변 하사가 부사관 의무복무 만료일인 지난해 2월 28일 이전인 전날(2월 27일)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인은 부당한 전역처분이 주된 원인이 돼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한다"고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은 정신과 전문의들의 소견, 심리부검 결과, 변 하사가 남긴 메모, 강제전역 처분 이후 심리상태에 대한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위원회는 전했다.
변 하사는 지난 2020년 1월 23일 성전환 수술을 이유로 강제 전역 처분을 받았고, 이를 취소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법원이 변 하사의 사망일을 2021년 3월 3일로 기재한 이유에 대해 위원회는 "법원에 제출된 증거 등을 조사해 본 결과 변론주의 한계 등에서 오는 오기(誤記)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지법 행정2부는 작년 12월 변 하사의 유족들이 이어받아 진행한 전역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런 가운데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4일 변하사 사망사건에 대해 "성전환자 및 성소수자의 군 복무 문제와 관련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선례적 가치가 높은 사건"이라면서 직권조사를 결정해 이번 결론에 이르게 됐다. 위원회의 이번 직권조사 결과 변 하사 사망 시점이 '군인 신분'인 2021년 2월 27일로 판단됨으로써 우선 강제전역 조치 취소 추진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자해사망에 따른 순직 인정 여부와 관련해 군 당국의 재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장은 "군이 성적 지향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 없이 군 복무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날 정기회의에서 총 47건의 진정사건(진상규명 사건 39건 포함)을 종결처리했다. 특히 지난 1980년 5월 부대 이탈 후 홀로 저수지에서 수영하다가 사망한 고 이모 일병 사건과 관련해 사고 당일 부대 지휘관이 물고기를 잡는데 병력을 동원한 과정에서 이 일병이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위원회는 "지휘관이 함께 현장에 있던 고인의 동료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해 조작은폐를 시도했고 이런 사실이 헌병대 재조사로 밝혀졌음에도 고인을 순직처리하지 않았고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 일병을 순직처리하라고 국방부에 요구했다.
위원회는 1950년대 군이 부족한 예산을 예하부대에서 자체 충당하고자 위법 자행하던 소위 '후생사업'에서 의무복무 연한인 3년을 넘겨 5∼6년씩 강제복무하던 중 사망한 사건의 진상도 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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