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6일 “대통령의 첫째 임무는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을 추켜세운 문재인 대통령을 우회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문 대통령을 겨냥해 “검수완박 반대는 양심의 문제”라며 보조를 맞췄다. 검수완박이 국회를 넘어 현직 대통령과 미래 권력이 모두 참전하는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인천 계양구의 계양산전통시장을 찾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인권 가치를 담고 있는 헌법이 법정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 현장 안에 헌법 정신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의 발언을 두고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최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배현진 당선인 측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정치권의 기득권 수호나 정치 범죄의 성역화를 위해 형사 사법 체계 개편 논의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며 “서두를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때문에 사퇴했는데 그것(중재안)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검수완박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신구 권력의 파워 게임으로 진화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후 양측의 대립은 최고조에 달한 분위기다.
앞서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을 반드시 막겠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을 겨냥해 “찬성하지 않거나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씀을 할 수는 있어도 ‘반드시 막겠다’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 후보자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범죄 대응 시스템이 붕괴해 국민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분명한 ‘개헌’ 수준의 입법이 ‘국민 상대 공청회’ 한 번 없이 통과되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다”면서 “현장을 책임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몸 사리고 침묵하는 것은 직업 윤리와 양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등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장 비서실장은 “형사 사법 체계를 흔들어놓는 것을 졸속으로 대통령 임기 말에 해야 하는 건지, 이게 과연 국민의 뜻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 본다”고 압박했다. 이어 “국회의원이 불수사 특권을 갖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자 더불어민주당도 여야 중재안 합의 파기의 원인으로 윤 당선인과 한 후보자를 정조준하며 공세를 폈다. 검수완박 정국이 신구 권력 전면전 구도로 전환돼도 여론전에서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여야)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윤 당선인과 소통령으로 불리는 사람의 초법적인 행위에 의해 국회 합의가 침탈당했다”고 비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 당선인이 여야 합의 사안을 비토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제왕적 발상으로 이뤄진 협치 파괴이자 명백한 국회 장악 시도”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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