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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트럭에 시신 가득 쌓아둔다" 키이우 영안실 포화 '패닉'

"24일까지 키이우서만 시신 1123구 나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지역의 한 시신안치소 바깥에서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시신들이 방치돼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영안실들에 러시아군의 침공으로 희생된 시신들이 밀려들면서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냉장 트럭을 이용한 임시 시신보관소까지 동원되는 현실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이달 초 키이우를 비롯한 북부 전선에서 철수한 뒤 집단으로 매장된 민간인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되면서 키이우의 모든 시신보관소는 한계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시신들의 사인과 신원을 밝히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인데 시신 보관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영안실 근처에 냉장 트럭을 두고 그곳에 시신을 임시로 안치하고 있다. 트럭마다 시신이 담긴 검은 가방이 수십 개씩 쌓였다. 유족들은 사망한 가족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트럭을 찾아 가방에 그들의 이름을 써붙이고 간다.

한 검시관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비가 안 되어 있다"면서 "아무도 이렇게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키이우 외곽에 있는 한 시신보관소의 경우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며칠 뒤부터 하루 1∼2구씩 희생자 시신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러시아군이 부차 등 키이우 외곽 도시들을 점령한 뒤부턴 하루 10여 구의 시신이 들어오면서 지난달 초가 되자 더는 시신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시신보관소 앞에 있는 냉장 트럭에는 시신들이 쌓여가고 있다.



부차·보로디안카·이르핀·호스토멜 등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상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는 희생자 숫자와 신원을 파악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24일까지 키이우 지역에서만 1123구의 시신이 나왔다”며 “이 가운데 35구는 어린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 무덤에서 발굴하거나 거리에서 발견한 시신들"이라면서 "더 많은 시신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법의학자는 시신의 부패가 심하고 잔학행위의 정도가 심각해 신원 확인작업이 복잡하다면서 살해된 뒤 탱크에 의해 짓이겨지거나 불에 타고 훼손된 시신 등은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훼손된 시신을 많이 보고 있다"면서 "다수는 손을 뒤로 묶인 채 뒤통수에 총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등에 6∼8곳의 총상이 있는 등 자동 기관총에 희생됐거나 대규모 인명피해를 초래하는 집속탄 파편이 박힌 시신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30여구의 시신이 쌓인 한 트럭 앞에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한 노부부는 절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시민저항 조직에서 활동하다 러시아군에 생포된 아들은 고문을 당해 사지가 부러졌다.

아들은 머리에 비닐봉지를 덮어쓴 채 총상을 입고 숨진 뒤 거리에 버려졌고 며칠간 방치됐다. 시신은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노부부는 어깨에 있는 문신을 통해 겨우 아들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민간인 학살 정황을 조작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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