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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 거장은 영화의 힘을 믿는다… 이창동 "영화, 타인에게 공감케 하는 힘 있어"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간담회

"OTT서 쇼핑하듯 보는 게 아닌 영화적 본질 탐구하는 것 살아남아야"

올해 데뷔 25년… "한국영화 발전 속 한 귀퉁이서 노력, 감회 새로워"

"관객에게 많은 질문 남기면서 보편적 확장할 수 있는 메시지 지향해"

이창동 감독이 29일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주국제영화제




“영화는 다른 매체보다도 다른 인간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인류가 영화매체의 이 상징적인 힘을 사라지게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쉽게 쇼핑하듯이 보다가 쉽게 빠져나오고 지루하면 빨리 돌리는 식으로 소비하는 게 아닌 영화의 본질, 극장에서 영화에 나를 맡기고 느끼면서 같이 경험하는 그런 것들이 살아남아야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할퀸 2년여, 영화산업은 큰 상처를 입은 반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크게 융성했다. OTT의 시대, 이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거장은 여전히 영화매체가 가진 힘을 믿고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이창동 감독은 29일 전주시 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 기자간담회에서 “관객들이 아무리 OTT의 관람태도에 길들여진다 해도 영화의 본질을 저버리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 1997년 ‘초록물고기’로 데뷔한 이래 ‘박하사탕’, ‘밀양’, ‘시’, ‘버닝’ 등의 작품들을 통해 엄청난 찬사와 논쟁을 동시에 안겼다. 그는 지난 25년을 어떻게 돌아보느냐는 질문에 실감이 안 난다는 듯 “글쎄요, 벌써 25년이 됐군요”라며 웃으며 대답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영화가 그 동안 많은 발전을 이뤄서 세계인을 놀라게 하는 재능들이 나왔다”며 “지금은 영화제마다 한국영화 특별전을 못 짜면 능력 없는 것처럼 됐다. 이런 활력을 이루는데 한 귀퉁이에서 노력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이 보는 한국영화의 세계적 주목 이유는 뭘까. 그는 해외 영화제에서도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감독마다 색깔·성격이 다른 다양성, 심한 갈등과 사회적 문제를 뚫고 살아오며 생긴 역동성을 꼽았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단편영화 ‘심장소리’ 스틸컷. 사진 제공=전주국제영화제




그의 작품은 항상 현실 사회를 향한 묵직한 문제제기를 던지며 극장 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쉽지 않은 질문을 남겼고, 그 치열한 노력은 이 감독을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반열에 올렸다. 본인이 25년을 달려온 동력으로 이 감독은 “198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경제·사회적 이야기를 그린 작가로서 정체성이 지금까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영화가 진짜 같은 현실이란 인상을 받아 다큐멘터리같다는 얘기도 듣고, 불편하다는 관객도 많다”면서도 “쉽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큰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에게 좀 더 많은 질문을 남기고 각각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질문으로 확장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 특별전에서 신작 단편영화 ‘심장소리’를 선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울증을 주제로 각국 영화감독들과 진행한 옴니버스 프로젝트 중 하나로, 우울증에 걸린 엄마를 둔 아이의 불안과 엄마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단 하나의 테이크로 전달한다.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가 아이의 엄마, 아빠로 출연한다. 이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우울증의 원인,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느낌과 고통을 공유하길 바랐다”며 “영화 한 편이 관객들에게 하나의 씨앗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기간 동안 특별전을 통해 ‘초록물고기’부터 ‘버닝’까지 이 감독의 영화와 신작 단편 ‘심장소리’를 상영한다. 그를 주제로 찍은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도 처음 공개하며, 작품세계 전반을 돌아보는 책 ‘영화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도 출간했다. 이 감독은 특별전이 영화제의 활기를 살리는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에 모든 작품을 직접 볼 것이다. 관객의 반응을 나름 정리하고, 앞으로 나갈 길에 대해 찾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하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이창동 감독을 다룬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 속 한 장면. 영화 ‘박하사탕’에 등장한 철교를 다시 찾았다. 사진 제공=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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