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적 결함을 부각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향해 “전관예우 끝판왕”이라며 김앤장 근무 이력, 부인 그림 판매, 론스타 관련 의혹 등을 정조준 했다. “고향이 전주인데도 그동안 자신의 고향을 서울이라고 해 달라고 했다”며 망신 주기 식 공세도 꺼냈다. 한 후보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제기된 의혹을 적극 해명하는 것은 물론 청문위원들과 설전까지 벌이는 모습도 선보였다.
①김앤장 고액 연봉…"국민 눈높이에서 송구"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공직 퇴임 이후 축재한 재산이 43억 원에 달해 전관예우 끝판왕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봉사나 사회 공헌 활동보다는 돈 버는 일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의겸 의원 역시 “회전문 중에서도 역대급 군계일학”이라며 “공직→김앤장→공직→김앤장 이후 다시 공직을 맡으려고 지금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는 김앤장 재직과 전관예우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맞섰다. 오히려 자신이 맡았던 일이 공공적 요소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는 “저 자신이 특정 케이스에 관여한 것이 한 건도 없고 제 후배인 공무원들에게 단 한 건도 부탁한 바가 없다”며 “전관예우나 이해 충돌 문제가 일어난다는 건 전혀 인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김앤장에 간 이유는 (공직 재직 당시)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공공외교를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고액 연봉과 관련해서는 “의원님들께서 지적해주셔서 답변을 드립니다만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조금 제가 송구스러운 측면은 있다”고 했다.
②부인 그림 판매 의혹…“절대 특혜 없다”
한 후보자는 화가인 부인 최아영 씨의 그림이 재벌가에 판매된 것을 두고 제기된 이해 충돌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최 씨는 2012년 첫 개인전 당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과 부영주택 등에 그림 4점을 총 3900만 원에 판매했다.
한 후보자는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전업주부인 배우자 재산이 (한 후보자가) 공직을 떠나고 10년 새 12억 원, 2배 증가했다’고 지적하자 “만약 제 덕을 보려고 했다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시회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내가) 프로 작가냐’는 질문에는 “거의 프로다. 배우자는 대학교 3학년, 1969년에 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에 출품해 국회의장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그림을 산 기업이나 사람에게 특혜를 준 적이 없냐’고 질문하자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제가) 무역협회장 때 전시회를 했지만 일절 무역협회에 알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③론스타에 유리한 진술?…“일부로 몰아가”
한 후보자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과거 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 소송 당시 ‘국회와 국민이 외국자본에 지나치게 국수주의적’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론스타 측에 유리한 진술이다. 어떻게 외국자본에 대한 우리 국민의 감정을 왜곡하고 깎아내릴 수 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한 후보자는 “그런 얘기 한 적 없다. 론스타와 전혀 관련 없는 시각에서 한 것”이라며 “제가 얘기한 일부분을 갖고서 전체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몰아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맥락에서 말한 발언 일부를 론스타 의혹으로 부풀렸다는 것이다.
질의 과정에서 한 후보자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 의원이 “론스타와는 연관이 되지 않았다 해도 후보자의 그런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지 않냐”고 말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한 후보자는 즉각 “아니다”라며 맞받았다.
④장외 기 싸움도…민주 “소명 안돼” vs 국힘 “트집·몽니”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여야의 장외 신경전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여전히 주요 의혹에 대해 명확히 소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권 출범 전부터 억지 트집으로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료 제출이나 청문회를 대하는 태도 등이 성실하지 않아 유감”이라며 “전관예우나 부인 미술 작품 등 의혹이 충분히 소명이 안 되면 본인 스스로가 (부적격을) 초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향해 애초에 너무 오래돼 확보할 수 없거나 물리적으로 어려운 분량의 자료를 요구했다”며 “낙마 운운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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