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 학대를 받은 미성년 자녀가 친척의 도움 없이 직접 법원에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원의 양육비 이행 명령 미이행 시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미이행 조건도 대폭 완화된다.
법무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 예고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 복리를 해치는 경우 미성년 자녀가 직접 법원에 친권 상실 청구를 할 수 있다. 현재는 미성년 자녀가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부모를 상대로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학대 등을 가한 부모와 가까운 친척을 특별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현재는 가정법원이 친권자나 양육권자를 지정하는 재판을 할 때 만 13세 이상 미성년자의 경우에만 진술을 청취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연령을 불문하고 의무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미성년자가 변호사나 심리학·교육학·상담학·아동학·의학 등의 전문가를 절차 보조인으로 선임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법률안은 또 양육비 지급 의무자가 법원의 양육비 이행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감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요건을 3기(약 90일)에서 30일로 대폭 줄였다. 신속하고 자발적인 양육비 지급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법률안은 가정법원의 사전처분(재판 중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등의 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해 양육비 이행 장치도 강화했다. 이 밖에 가사소송과 관련된 민사소송도 가정법원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재판부가 분산되면 소송이 오래 걸리고 변호사 선임 비용도 늘어나는 문제를 방지하려는 취지에서다.
1991년 제정된 가사소송법은 최근 가족 문화나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가사소송 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의 권리가 소외된다는 한계도 있었다. 법무부는 2018년에도 개정안을 냈으나 20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