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마지막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주십시오.”
3일 자진 사퇴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날 발표는 예정 시간을 불과 한 시간 앞두고 ‘긴급 설명회’라는 이름으로 안내됐다. ‘설명회’라고 알린 만큼 어느 정도 해명이 뒤따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한마디 해명도 없이 ‘품격’만 챙기고 떠났다.
이 같은 모습은 한국외대 총장 시절 학생들과의 ‘불통’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총장 재임 시절 총학생회와 갈등을 빚고 학생들을 향해 막말을 했다는 ‘불통 행정’ 논란에 휩싸였다. 김 후보자가 지난해 2월 대학 구조 조정에 반대하며 대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내뱉은 말은 “내가 네 친구야?”였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그는 쉴 새 없이 논란에 시달렸다. 교비 횡령부터 논문 표절, 법인카드 쪼개기 결제, 온 가족 장학금 특혜까지 ‘의혹 종합선물세트’라 불릴 정도였다. 한국외대 총장 시절에는 ‘셀프 허가’로 1년 10개월간 대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해 고액의 급여를 받았다.
쉽게 물러서지도 않았다. 특히 그가 한국 동문회장을 지냈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딸, 아들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남편 찬스’, ‘아빠 찬스’ 의혹이 일었음에도 “장학생 선발에 관여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적극 반박했다. 하지만 평생 한 번도 힘들다는 장학금을 온 가족이 받았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국민은 없었다.
그를 무너트린 결정타는 사퇴 전날 터져 나온 이른바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이라는 시각이 많다. ‘방석집’으로 불리는 고급 한정식집에서 접대를 받으며 제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심사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후보자가 지키고 싶었던 품격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해명 없이 떠났다.
장관이 아니더라도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그가 교육자로서 우리 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를 바란다. 그것이 교육자로서 마지막 남은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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