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웠을 때와 서 있을 때 수축기 혈압(최고혈압) 변화가 클수록 만성 신질환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만성 신질환 발생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웠다 일어났을 때 혈압이 낮아지고 어지러워져 때로 실신하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의정부을지대병원은 신장내과 고현이, 이성우 교수 연구팀이 대규모 국내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이 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7039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누운 상태와 누웠다 일어나 2분 후 혈압을 각각 측정하고,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 변화가 만성 신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949명은 코호트 등록 이후 총 8회에 걸쳐 측정한 사구체여과율(eGFR) 수치가 2회 이상 만성 신질환 진단 범위(60mL/min/1.73㎡) 아래로 떨어졌다. 누웠다 일어났을 때 수축기혈압 저하와 큰 연관성을 나타낸 것이다. 기립성 수축기혈압 저하가 있을 때 만성 신질환 위험도가 평균 1.337배 증가한 반면 기립성 수축기혈압이 1mmHg 높아질 때마다 만성 신질환 위험은 0.989배 감소했다. 누워서 측정한 수축기혈압이 130mmHg으로 동일하더라도 누웠다 일어나 2분 후 잰 수축기혈압이 120mmHg인 사람은 131mmHg인 사람에 비해 만성 신질환 발생 위험이 33.7% 높다는 의미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기립성 혈압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고령이거나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 기립성 수축기혈압 감소가 관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남성이거나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경우 상대적으로 기립성 수축기혈압이 감소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고현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립성 혈압 변화 중 수축기혈압의 감소가 만성 신질환 발생의 위험요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수축기혈압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함으로써 만성 신질환 발생률을 크게 줄이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SCIE급 국제 학술지인 미국고혈압학회지(American Journal of Hypertension)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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