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처음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래 현재까지 60여년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여전히 극도의 정확한 연주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는 전설의 피아니스트가 있다. 그는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로, 오는 19·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생애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연주마다 빠지지 않았던 그를 상징하는 ‘스타인웨이 파브리니’ 피아노, 그리고 이를 조율하는 전문 테크니션도 함께 한국을 찾으며 정확한 연주를 향한 그의 열정이 주목을 끈다.
폴리니 그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악상에 따라 모든 음을 정확히 연주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를 위해 그의 연주에는 항상 같은 ‘스타인웨이 파브리니’ 피아노가 따라 온다. 물론 한국에도 비행기를 타고 온다. 이탈리아의 테크니션인 안젤로 파브리니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구입한 후 연주자의 요청에 따라 수작업으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스타인웨이의 브랜드 네임 옆에 함께 파브리니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일종의 커스터마이징 버전으로, 자동차를 구입 후 튜닝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피아노 조율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테크니션으로, 안드라스 쉬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이 업체의 테크니션과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폴리니 역시 공연마다 파브리니의 업체 소속 전문 테크니션이 동행하는데, 이번엔 파브리니 본인이 직접 어시스턴트를 대동하고 폴리니를 따라 한국에 온다. 마스트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비행기 화물 운송비가 많이 올랐다”며 “(피아노를 공수한) 비용이 국내 최고급 오케스트라 전체 인원을 모시는 수준이라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한편 폴리니는 일본에서는 여러 차례 공연한 반면 한국에는 만 80세에야, 그것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뚫고 방문하게 됐다. 이번에도 당초 일본과 한국을 함께 찾을 예정이었지만 일본 공연의 취소로 한국서만 공연한다. 마스트미디어 측은 “워낙 고령이다 보니 신경은 쓰이지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상태이며 입국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의 기량도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3월 있었던 그의 영국 런던 공연에 대해 “그의 예술성은 80세 생일을 맞이한 리사이틀에서도 쇠퇴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폴리니는 올 초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와 인터뷰에서 “피아니스트들은 나이를 먹지만 그들에게는 훌륭한 해독제인 음악이 있다”며 “두뇌를 깨우고 손을 민첩하게 유지한다. 고통은 건반 위에서 지나가고 몇 년은 잊혀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폴리니는 대표 레퍼토리인 쇼팽을 비롯해 베토벤·브람스·슈만과 더불어 쇤베르크, 피에르 불레즈, 바르토크, 루이지 노노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 전 세대의 작곡가를 아우르는 연주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스케르초 재단은 “그는 리사이틀에서 고전주의, 낭만주의 레퍼토리와 함께 20세기 작품도 섞곤 한다”며 “현대음악에서 고전적인 것을, 고전 레퍼토리에서 현대적인 것을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의 가장 자연스러운 대화를 연주에서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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