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의 핵심 계약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는데도 사업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부산 지역기업 코렌스EM이 발표한 공급계약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점을 의식한 나머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에 따르면 코렌스EM이 추진했던 글로벌 전기차 동력발생 및 전달장치(드라이브유닛) 계약이 잇따라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코렌스EM은 지난해 2월 정부 공모에 선정됐을 당시 독일 BMW 400만대, 미국 A사 35만대, 중국 B사 86만대 등 전기차 동력부품 521만대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이 중 공급 물량이 가장 컸던 BMW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생산지역 조정을 이유로 들어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렌스EM의 잇단 계약 무산으로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이 처음부터 부실하게 추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된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의 핵심이 코렌스EM의 전기차 동력부품 생산과 수출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코렌스EM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개발(R&D) 기반의 원·하청 상생모델인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렌스EM은 그간 자체 기술로 제작한 전기차 동력부품을 글로벌 기업에 공급해 기술 국산화와 상생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부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도 코렌스EM의 계획대로 전기차 500만대 규모의 동력부품을 공급하면 2031년까지 부산형 상생 일자리를 통해 15조 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목표치를 제시했다. 정부와 부산시가 발표한 국정과제 계획에도 코렌스EM을 주축으로 하는 협력업체 20여개사의 상생방안이 담겼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렌스EM이 제시한 공급을 협의 중인 것과 최종 공급 계약은 엄연히 다른데도 부산시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이를 추진하면서 사업 전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부산시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계약 현황과 투자 계획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렌스EM이 글로벌 부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경영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코렌스EM이 최종 계약을 체결한 물량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렌스EM은 글로벌 공급 계약이 무산되자 최근 국내 업체로부터 발주받은 전기차 5만대 내외의 동력발생 및 전달장치 부품 한 가지만 위탁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산 지역 상공계는 부산시가 국정과제로 채택된 대규모 사업을 깜깜이로 진행해 예산 낭비는 물론 전기차 부품 국산화와 공동 개발을 추진해온 협력업체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앞서 부산시는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입주할 부산형 일자리 협력기업을 2020년부터 모집해왔지만 지난달 기준 1개사만 부지 계약을 마쳤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부산형 상생 일자리 협약 이행 현황과 고용·투자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며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어 코렌스EM이 확보한 공급 물량을 밝힐 수는 없지만 6월부터 전기차 동력부품을 양산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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