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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지성주의가 위기 불러"…팬덤정치 경종

[윤석열 대통령 취임-취임사로 본 정치개혁 비전]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진실 왜곡"

민주주의 위협 원인으로 지목

실력주의로 여소야대 돌파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단어는 ‘반(反)지성주의’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정치가 이른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반지성주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념과 정치적 진영 논리를 우선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지지 세력만 바라보며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이른바 ‘팬덤 정치’에 경종을 울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후로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후보자 시절부터 이번 대선을 “상식과 비상식,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고 발언한 것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반지성주의는 이성과 합리를 무시하고 지성과 지성인을 배척하는 현상을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도 국민의 삶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가 이념과 진영 중심 대립으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분열된 정치권 때문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주거 비용 폭등 때문에 절망하는 서민들,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청년들,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 하겠다고 호소하는 기업인 등 국민이 시대적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전 집권 세력을 겨냥한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다수의 힘’이라는 표현을 쓴 것 역시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거여(巨與)’에서 ‘거야(巨野)’가 된 민주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민주당은 168석이라는 다수 의석을 이용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추진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미루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 대통령이 반지성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대화와 타협 대신 합리성과 지성의 회복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지목했다. 대통령실과 장차관 인사 대부분을 각 분야 전문가 또는 관료로 꾸린 만큼 여소야대 정국을 실력주의로 돌파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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