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이 ‘공정한 노동시장 조성’을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의 첫 과제로 제시했다. 이 장관은 고용부가 전 정부처럼 직접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일하는 국민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 시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공정한 채용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공정 채용 문화 확산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공정한 채용 문화 확산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국정 목표다.
이 장관은 “노사 상생의 노동 시장 구축이 필요하다”며 “기존 고용 노동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공장 시대’에 머무른 탓에 새로운 노동 환경과 고용 형태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노동법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유연근무 활성화를 꼽았다.
특히 이 장관은 “일하고 싶은 사람 모두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하겠다”며 고용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부는 공공 일자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핵심 부처였다. 반면 이 장관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역할에 대한 별도 언급 없이 채용 지원 서비스 기관으로서 고용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고용부가 더 쉽고 빠르게 질 좋은 일자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며 강조한 시장경제의 원칙과도 맥이 닿는다.
이 장관은 노동계 출신으로 다양한 노사 현안의 중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중대재해법,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등 다양한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취임사를 통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대재해법은 처벌을 완화해 달라는 경영계와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노동계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다만 이 장관은 “노사가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며 “정부도 공정한 중재자이자 조정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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