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새로운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를 비롯해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 태블릿 등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픽셀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구글이 하드웨어로 무게중심을 실으며 앞서 하드웨어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의 갤럭시 생태계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기조 연설에서 “'픽셀 패밀리'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구글 스마트워치인 ‘픽셀 워치’를 소개하게 돼 기쁘다”며 “픽셀 폰, 픽셀 워치, 픽셀 버즈, 픽셀 태블릿 전반에 걸쳐 많은 유용한 하드웨어 경험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가격대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진짜 ‘픽셀 패밀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체 칩 ‘텐서’ 업그레이드 전략으로 애플과 맞불
이날 ‘픽셀 패밀리’라고 피차이 CEO가 칭한 하드웨어는 먼저 올 가을 출시를 앞둔 중저가 스마트폰 픽셀6A다. 가격은 449달러(약 57만원)으로 지난 해 출시된 픽셀6 대비 150달러 저렴해졌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출시한 중저가 모델 갤럭시A52s(출고가 59만9500원)과 가격대도 비슷하다. 구글 측은 “구글 스마츠와 중급 프로세서, 5세대 이동통신(5G)을 결합한 스마트폰”이라며 “특히 픽셀6 프로에 탑재된 구글 자체 시스템온칩(SoC) ‘텐서’ 칩이 똑같이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3월 애플이 중가 스마트폰인 3세대 아이폰SE를 출시하면서 지난 해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13에 탑재된 것과 같은 칩을 탑재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애플에 이어 구글도 같은 전략을 펴면서 자체 SoC가 주요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층 강화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픽셀7과 픽셀7프로를 올 가을 출시하기로 했다.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안드로이드13 체제에서 가동될 수 있는 다음 세대의 텐서칩을 탑재한다는 설명이다.
10억대의 신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반 확장 노린다
이어 픽셀6A에 이어 올 가을 출시되는 하드웨어 기기는 픽셀 워치다. 구글이 가장 기대를 드러내는 분야이기도 하다. 피차이 CEO는 “지난해에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10억여대가 새롭게 추가됐다”고 강조했다. 결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합류한 10억명의 이용자 중 상당수가 픽셀 워치 생태계로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날 동그란 형태의 날렵한 픽셀 워치가 공개되자 구글 직원, 파트너 사 등으로 이뤄진 수천여명의 오프라인 청중들이 격한 환호를 보냈다. 본사의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중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행사로 진행됐다. 구글은 지난해 I/O에서는 구글이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는 운영체제(OS) 통합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에 구글이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선보이게 되면서 삼성전자와의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 애플은 전체 시장 점유율의 30.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10.2%), 화웨이(7.7%), 이무(5.2%) 순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픽셀 워치가 같은 OS를 쓰는 삼성 갤럭시워치를 상대로 점유율을 뺏어올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픽셀 워치가 내세우는 강점은 2019년 인수한 미국 내 최대 피트니스 웨어러블 업체 핏빗이 가진 고도화된 수면 추적, 심장 박동수, 운동량 체크 기능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릭 오스트레로 구글 디바이스 수석부사장은 “픽셀 워치 제작에 있어 핏빗의 기술과 깊은 수준의 통합을 이뤘다”고 내세웠다. 구글은 픽셀 워치의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 내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4 시작가가 250달러로 판매되고 보급형 애플워치인 애플워치SE가 279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50~300달러 선에서 가격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픽셀 버즈 프로, 픽셀 태블릿까지 픽셀 패밀리 합류
구글은 이날 올 여름 출시되는 픽셀 버즈 프로도 공개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을 처음 탑재한 무선 이어폰으로, 한 번 충전하고 나면 ANC 기능을 켠 채로 최대 7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공간 음향도 지원한다. 가격은 199달러 수준이다. ‘패스트 페어(빠른 연결)’ 기능을 내세워 기기간 연결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여러 개의 디바이스와 동시 연결이 가능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다가 바로 전환해 노트북으로 영상통화를 끊김없이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구글은 내년 중 자체 SoC 텐서칩을 채택한 ‘픽셀 태블릿’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레로 부사장은 “프리미엄급 제품에 가까울 것”이라며 “전 계에서 가장 똑똑한 태블릿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구글은 하드웨어 생태계를 확대하면서 미국 뉴욕 맨해튼 첼시에 있는 구글 스토어에 이어 뉴욕 윌리엄스버그에 구글 스토어 매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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