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인 2형 당뇨병은 혈당관리와 합병증 예방을 위한 약물치료가 필수다. 그런데 복용하는 당뇨병 약물의 종류에 따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약물은 혈당은 효과적으로 낮추지만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13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가정의학과 강성구 교수팀은 흔히 처방되는 당뇨병 약물과 심혈관질환 발생의 상관성을 분석했다.
2형 당뇨병은 미세혈관과 거대혈관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심혈관질환은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알려졌다.
강 교수팀은 논문에서 “일부 당뇨병 약물은 망막병증·신장병증·신경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이지만 심근경색·뇌졸중 등 거대혈관 합병증을 감소시키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일차 약제인 메트포르민은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입증 받았다. 설포닐우레아의 경우 심혈관질환에 대한 영향을 입증한 연구 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치아졸리디네디온(TZD) 계열 당뇨병 약물의 경우 성분에 따라 심혈관질환에 대한 영향이 달라진다. 로시글리타존 성분은 심부전 위험을 오히려 증가시켰지만, 같은 TZD 계열인 피오글리타존은 뇌졸중 발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로시글리타존은 과거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아반디아’의의 성분명이다. 한때 TZD 계열을 대표하는 당뇨병 치료제였지만,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임상연구가 발표되면서 2010년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처방이 제한됐다. 이를 근거로 국내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사실상 시장 퇴출 조치를 내려 비운의 약물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같은 TZD 계열이라도 피오글리타존 등 다른 성분은 심혈관계 합병증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이기도 하다.
분석에 따르면 당뇨병 치료제 중 DPP-4 억제제 계열 약물은 전반적으로 심혈관계 부작용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DPP-4 억제제 계열 성분 대부분은 주요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위약과 비슷했는데,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라이자(성분명 삭사글립틴)'를 복용한 환자의 경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이 27% 증가했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당뇨병 약물인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통해 심혈관계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심혈관질환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을 줄이며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SGLT-2 억제제 계열 약물인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과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각각 38%와 22% 낮췄다.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도 각각 32%와 15% 감소시켰다.
즉 2형 당뇨병 환자에게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면 혈당 강하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신장 질환 예방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약제와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를 평가한 이 논문은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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