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19인의 암호화폐 부호’에 중국계 캐나다인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리플’ 창시자 크리스 라슨, ‘이더리움’ 창업자 조지프 루빈에 이어 3위에 오른 인사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설립자인 자오창펑이었다. 자오창펑은 1977년 중국 동부 장쑤성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후반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가 정치적 이유로 추방되면서 온 가족이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을 갔다. 그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만들고 주유소에서 밤샘 근무를 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자리한 맥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도쿄와 뉴욕 등에서 선물거래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인생 경로는 비트코인에 눈을 뜨면서 바뀌었다. 그는 2013년 상하이에서 친구들과 포커게임을 하던 중 비트코인에 관한 얘기를 듣게 됐다. 그는 비트코인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의 책을 탐독했고 2014년에는 상하이에 있는 집을 판 돈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암호화폐 전자지갑 서비스를 하는 블록체인인포에 합류하는 등 신산업을 직접 목도한 그는 비트코인 판매금으로 2017년 7월 홍콩에 바이낸스를 설립했다. 바이낸스는 업계 최저 수수료 등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설립 반년 만에 600만 명을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급성장했고 그의 자산도 급속히 불어났다. 올 1월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자오창펑의 자산은 927억 달러(약 110조 5911억 원)로 세계 12위, 아시아 2위에 올랐다.
글로벌 암호화폐 급락 여파로 자오창펑의 자산 가치가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루나와 테라 등 ‘김치 스테이블코인’의 폭락으로 암호화폐에 올인한 2030세대의 탄식이 터져나오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중고 속에서 ‘암호화폐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암호화폐 시장이 한탕주의 광풍에 휘둘려 금융 시스템을 교란하지 않도록 적절한 감독 등 정교한 정책 조합으로 지혜롭게 위기의 파고를 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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