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해줘서 감사하다. 산적한 노동 현안을 같이 풀어가자(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장관과는 오랜 시간 동지였으나 이제는 때로 갈등과 협상 공간에서 치열하게 만날 수밖에 없다. 보이는 곳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만 신뢰는 변치 않기를 바란다(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6일 친정인 한국노총을 찾았다. 이 장관은 1986년 한국노총에서 시작해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30년간 노동운동을 해온 현장형 전문가다. 한국노총도 이 장관의 친정 방문을 격하게 환영했다. 하지만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장관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기념사진을 찍은 위원장실에는 ‘정부의 공세적인 개입’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앞으로 이 장관이 노동계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노사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산적한 노동 현안은 한국노총과 풀어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며 “정부가 노동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함께) 고용·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노동계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노동 현안을 경청해 나가겠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이 장관이 친정인 한국노총을 찾아 소통과 경청을 강조한 이유는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노동 현안이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분야 7개 국정 과제에는 근로시간 유연화, 직무급제 도입, 산업안전 관계 법령 정비(중대재해법) 등이 담겨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우려했던 정책들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7개 과제를 보면 국정 운영 전반에서 노동의 주변화와 고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임금 체계와 노동시간에 대한 정부 주도의 개입 시도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과 노동계를 양분하는 민주노총도 같은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9일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에 대해 “노동권 축소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을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정 과제에서 노동이 배제되고 실종됐다”며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반노조 정서가 투영됐다”고 주장했다. 노동계에서는 올해부터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처럼 집회로 대표되는 단체 행동으로 노동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행히 아직 취임 초기지만 노사가 한국노총 출신의 30년 현장 경험을 가진 고용부 장관에 거는 기대감은 적지 않다. 역대 정부 고용부 장관을 보면 노동계 출신이 이 장관을 포함해 7명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이 장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학자나 정치인 출신이다. 이 장관은 이날 한국노총 관계자들에게 ‘동지’라고 부르며 “(취임 이후) 한국노총에 제일 먼저 오지 못했다”고 사과하는 등 앞으로 노동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로 예정된 이 장관과 민주노총 간담회는 국회 일정으로 연기됐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첫 간담회는 공식적이고 격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다소 무거운 주제가 다뤄졌다”며 “비공식 간담회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국정 과제에 대한 노동계의 우려를 잘 안다”며 “안전하고 공정한 일터를 만들고 노사 상생과 연대적인 노사 관계 구축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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