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정치적 수사, 실력 부족, 인권 침해 등 공수처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또 인력 증원, 청사 독립 등도 호소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공수처 기능 축소를 공언하고 있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김 처장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수처가 국민들께 여러모로 실망을 드린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유가 어떻게 됐든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3급 이상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 범죄를 수사하고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출범 후 잡음이 계속됐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사건 수사 방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 대검 간부와 여당의 고발 사주 공모,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등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연루된 혐의 4건을 입건했지만 3건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정치 편향 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또 8개월간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벌였으나 고발장 작성자는 찾지 못한 채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만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윤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빈손 수사’ 논란이 확산됐다. 지난해 말에는 정치인·언론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통신 사찰을 벌인 정황도 드러나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받았다.
김 처장은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해명했다. 공수처법상 정원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일반 직원 20명에 불과한데 법 개정을 통해 인력을 세 자릿수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공수처는 수사 대상 고위공직자가 7000명이 넘지만 검사 총원이 처·차장 빼고 23명에 불과해 검찰의 작은 지청 수준 규모”라며 “수사를 지휘할 부장검사 2명은 여전히 공석이고 수사관 8명도 선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공수처법 시행에 맞추느라 독립 청사도 없는 유일한 수사기관이 됐고 과천청사 5동의 2개 층에 급히 입주하는 바람에 수사 보안 문제도 심각하다”며 “사건 관리 업무도 수기로 처리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처장 바람대로 공수처 구조 개선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 우선권을 규정한 공수처법 24조 폐지를 추진하는 등 오히려 공수처 기능이 축소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정부가 어떻게 바뀌든 여야 상관없이 공수처는 태생적으로 살아 있는 권력을 공정하게 수사하는 게 존재 이유”라며 “이 점에는 누구보다 대통령의 이해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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