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이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또다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되면서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오후 6시경 전체회의를 열고 간호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한 간호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서정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을 일부 수정한 것이다. 간호사의 임금과 근무 환경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심의 테이블에 처음 오른 뒤 간호사의 업무범위 등 논란이 됐던 조항이 대폭 삭제 또는 수정됐다.
당초 복지위 의사 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로 기습상정됐다. 이에 반발한 강기윤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안 심사 도중 회의장을 떠났지만,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간호법 발의 당사자인 김민석 복지위원장이 위원장 권한으로 축조심의를 거쳐 법안 의결이 이뤄졌다. 보건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5일 서울시의사회관에서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조무사협회는 즉각 민주당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직역 간 갈등이 전혀 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절차로 무리하게 법 제정을 강행했다"며 "의료계의 거듭된 경고와 반대를 무릅쓰고 의료인, 특히 의사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행태"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지지 세력 위축을 걱정해 입법 권한을 과도하게 활용해 특정 직역 편들기로 간호악법 제정을 정치문제로 삼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면서 "14만 회원과 보건의료 10개 단체의 공고한 연대를 바탕으로 정의로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단독법이 이대로 제정된다면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같은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행위자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향후 벌어질 사태의 모든 책임은 간호단독법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민주당에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간호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및 의결, 본회의 의만을 남겨두게 됐다.
간호계를 제외한 보건의료직연들의 강력한 반대와 여야갈등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은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일명 '의사면허취소법'을 본회의에 부의하자는 주장까지 펼쳤다.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은 금고 이상 실형을 받는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복지위 김민석 위원장은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이견이 있는 경우 표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호법에 이어 의사면허 취소법까지 수면 위로 오르면서 의료계 총파업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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