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32년 만에 러시아에서 완전히 철수할 예정인 가운데 러시아에 남은 소수의 맥도날드 매장에는 '마지막 빅맥'을 먹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레닌그라츠키역의 맥도날드 매장. 줄을 서고 있던 이리나(32)는 "현재 러시아 내 맥도날드 매장이 몇 군데 남지 않았다"며 "맥도날드가 그리워질 때면 이 역에 와서 빅맥을 즐긴다"고 말했다.
긴 줄을 기다리던 다른 손님인 알라(21)도 "맥도날드가 곧 완전히 문을 닫고 새 이름으로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여기로 달려왔다"며 "리브랜딩 후 품질이 더 나빠질까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앞서 맥도날드는 전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에서 30년 이상 영업을 한 맥도날드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고 러시아 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와 예측할 수 없는 운영 환경은 맥도날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만들고, 맥도날드의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아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에 있는 약 850개 매장 중 84%를 현지 바이어에게 팔 계획이다. 매장을 인수하더라도 이름, 로고, 브랜드, 메뉴 등은 사용할 수 없다. 가맹점주들이 운영하는 나머지 매장의 처리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도 맥도날드의 마지막 맛을 기억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이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러시아 동남쪽에 위치한 사마라에서 온 한 남성은 "햄버거를 먹기 위해 '고작 250㎞'를 운전해서 왔다"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냉전 시기 당시 소련에 유입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세계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러시아 내 맥도날드 1호점은 1990년 1월에 문을 연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 매장이었다. 이날 햄버거를 맛보러 온 이들로 매장 앞에는 450m에 달하는 줄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레닌그라츠키역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던 이반 투마노프(45)는 "90년대에 우리가 얼마나 줄을 오래 섰는지를 기억한다면, 지금 잠깐의 줄은 줄도 아니다"며 "서양의 맛을 상기시켜야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