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등학교에서 올해부터 학생들에게 정신질환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정신질환을 소개하는 교과서가 40여년 만에 부활했기 때문이다.
젊은 학생들의 자살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사회 문제로 부각하자 교육을 통해 이를 줄여보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은 지식 전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 같은 질환을 가진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발행된 총 3종의 고교 보건체육 교과서에 정신 질환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1978년 고등학교 학습지도 요령에서 정신질환 항목이 사라진 이후 44년 만이다.
교과서에는 ‘약 5명 중 1명 이상이 한번쯤 정신질환을 경험한다’. ‘약 50%는 14세까지, 약 75%는 24세까지 이 질환이 발병한다’고 적혀 있다.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 , 불안증, 섭식장애 등 구체적인 증상 설명과 함께 조기 발견과 치료가 회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교과서에 이 내용이 포함된 이유는 어린 학생들의 자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일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6세에서 18세 사이의 아동과 청소년은 415명이었다. 1974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문가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미즈노 마사후미 도쿄 도립 마쓰자와 병원장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정신질환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 ‘마음의 건강 교실’ 을 만들었다.
사이트 개발에 참여한 야스타가 오조 국립정신·사이트 연구원은 “지금까지 학교에서 정신질환 수업 경험이 없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가르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사이트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선 이 사이트가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일본 한 고등학교 교사는 아사히신문에 “이전에는 정신 질환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나와는 무관한 분야라고만 생각했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학생 뿐 아니라 어른도 이 질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을 가진 아이들의 보호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를 알려주는 내용의 동영상도 제작해 학교에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이타마현 중고등학교 13곳은 입학식 때 이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동영상 제작에 참여한 한 정신과 의사는 “정신질환은 지식으로 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학교나 보호자가 이 질환을 깊이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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