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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역대급 한국 취재진…칸이 뭐길래?

넷플릭스 영화 여전히 '언급 금지'

남성은 보타이·여성은 하이힐 전통 고수

작년 28년만 여성감독 수상, 역대 2번째

한국 작품 5개 초청…송강호 "이미 상 받은 느낌"

영화 ‘헌트’의 배우 겸 감독 이정재와 배우 정우성이 제75회 칸영화제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제75회 칸국제영화제(칸영화제)가 코로나19 상황을 뚫고 3년 만에 정상 개막했다. 베를린,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는 칸 영화제는 프랑스 국립영화센터에 의해 1946년부터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경쟁 영화제로, 특히 칸은 3대 영화제 중에서도 권위가 남다르다. 이 세계인의 축제에서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자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과 같다”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한국 영화에 대한 외신의 반응과 글로벌 관객의 관심은 해가 거듭할 수록 높아져왔다.

봉준호/사진=서울경제스타 DB


그 상승세는 올해 75회 칸영화제에서도 두드러진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총 21작품 중 한국 영화가 두 작품이나 선정됐다.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등 모두 칸과 인연이 깊은 거장들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여파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선정된 것으로 이정재는 주연 배우이자 절친으로 소문난 정우성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았다. 칸을 빛낼 한국 영화들은 이뿐만 아니다. 비평가 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까지 모두 다섯 작품이 칸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문수진 감독의 '각질'은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단편경쟁 부문에 후보로 올라 의미가 깊다. 여기에 배우 오광록이 주연으로 출연한 프랑스 영화 'ALL THE PEOPLE I'LL NEVER BE(원제: RETOUR A SEOUL)'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공식 상영된다. 칸영화제에서 한국 배우와 한국 영화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그만큼 관심도 뜨겁다.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최다) 경쟁 부문 진출', '이정재 감독 데뷔작 초청',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 단편 경쟁 부문 진출'까지 다양해진 장르와 이례적인 초청에 벌써부터 '최다', '최초' 타이틀이 대거 등장했다. 한국 언론도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대거 칸으로 향해 어느 때보다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권위의 상징과도 같은 칸영화제는 그만큼 보수적인 영화제 성격 탓에 사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영화의 존속과 그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으나, 변화하는 시대 속에 꿋꿋하게 전통을 고수하면서 잡음도 많았다. 서울경제스타는 칸 영화제가 그간 어떤 문제에 부딪혀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나름의 해법을 모색해 왔는지 떠들썩했던 과거와 현재 이슈에 대해 정리했다.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5회 칸영화제 전경. / 사진=AFP연합뉴스


제75회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오르고 있는 손님.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플랫폼 거부했던 칸, 틱톡과 손 잡다

칸영화제는 올해 처음으로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과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영화제가 진행되는 동안 레드 카펫, 백스테이지, 배우들의 인터뷰 현장까지 틱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가히 파격적인 행보다. 칸영화제는 지난 2017년을 마지막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발 영화들을 완전히 배제해왔다. 전통적 의미의 극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 자체가 영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반발이었다. 2017년 당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OTT 작품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The Meyerowitz Stories)'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있었다. 당시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인 스페인 영화감독 알모도바르는 스트리밍 서비스로만 관객을 만난 작품에 황금종려상을 줄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에 불을 당겼고, 넷플릭스 로고가 박힌 작품이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되자 일부 관객들은 야유를 보내기까지 했다.

결국 칸은 이듬 해부터 프랑스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조건에 합의한 영화들만 경쟁 부문에 초청하겠다는 새로운 심사 규정을 발표했다. 넷플릭스 영화를 경쟁 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칸영화제의 이 같은 결정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영화에 대한 정의는 보통 '필름', '무비', '시네마' 세 가지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는데, 필름은 영화의 물리적 형태를, 무비는 이미지의 운동성과 상업적인 면을, 시네마는 본래 극장이란 의미에서 확장된 개념이다. 칸의 행보는 OTT 작품을 '시네마'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올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는 "이번 틱톡과의 협업을 통해 영화제 관객의 다양화를 추구하고 영화제에서 가장 흥미롭고 감동적인 순간을 틱톡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의 시점을 통해 공유하는 새롭게 해석된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틱톡단편영화제도 진행 중이다. 우수한 작품을 뽑아 칸 이름을 내건 상까지 수여한다고. 칸의 이같은 변화에 아직까진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레드 카펫 예절, 피할 수 없는 잡음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배우 아이쉬와라 라이가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사실 칸영화제의 보수적인 성격은 레드 카펫 예절, 복장 규정에서도 알 수 있다. 그간 레드 카펫 행사에 참석한 여성은 이브닝드레스와 하이힐을, 남성은 보타이와 정장, 구두를 신어야 했다.

올해 칸영화제의 복장 규정 가이드에 따르면 저녁 상영의 경우 남자는 100% 검은색 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여성의 경우 과도한 짧은 치마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낮 상영에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도 허용하는 등 비교적 느슨해진 규정이지만 여전히 철저한 태도를 보이고 있음은 틀림없다.

그동안 많은 영화인들은 칸영화제의 복장 규정에 반기를 들어왔다. 배우 수잔 서랜든은 제69회 칸영화제에서 플랫 슈즈를 착용, 사진 촬영 내내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 등 '칸 영화제식 드레스 코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남자에게도 드레스와 힐을 신게 하지 않는다면 여성에게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극장으로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하이힐을 벗은 후 맨발로 계단을 올라 화제를 모았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탑건: 매버릭' 상영회에 참석한 배우 톰 크루즈와 게스트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EPA연합뉴스


때아닌 '셀카 금지령'이 내려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당시 티에리 프리모는 "칸에는 자기 자신을 보러 온 것이 아니고 영화를 보러 온 것이다"라며 "레드카펫 위 셀카 때문에 불편하다, 셀카 찍는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그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퇴행적인 방침이라는 비판에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레드 카펫 위 셀카를 금지했다.

■ '다양성' 거리두기?

칸영화제는 다양성 측면에 대한 지적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성을 중시하고 작가주의 성향 감독을 지지하는 칸이기에 경쟁 부문 후보작에서 상업 영화나 SF 장르, 애니메이션 영화를 찾기란 매우 어렵다. 여성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사례 역시 극히 드물다. 1993년 영화 '피아노'의 감독 제인 캠피온과 2021년 영화 '티탄'의 감독 쥘리아 뒤쿠리노가 수상한 것, 단 두 번 뿐이다.

28년 만의 여성 감독 수상에 대해 쥘리아 뒤쿠리노는 "내가 받은 상이 내가 여성인 것과는 관련이 없길 바란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다"라고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또 감독 스파이크 리가 심사위원장이 되기 전까지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칸영화제에서는 흑인 심사위원을 찾을 수 없었다.

영화 ‘헌트’의 배우 겸 감독 이정재와 배우 정우성이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 사진=AFP연합뉴스


올해 칸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기록과 오명을 남기게 될까. '다양성'이란 가치에 가까워질 것인지, 시대에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지도 관심이 모인다. 한국 작품이나 한국 배우들의 수상 소식도 같이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좋다. 영화 ‘브로커’로 칸에 일곱 번이나 초청받은 배우 송강호는 최근 ‘브로커’ 제작보고회에서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없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에서 인정받고 경쟁할 수 있는 것만으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세계인의 영화 축제 속 위상이 높아진 한국의 모습을 만끽하며 마음껏 즐기고 박수를 보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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