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53·사법연수원 26기)이 서초동을 떠나기 전 구성원들에게 “역지사지하며 소통하고 화합할 때 우리 주장의 울림은 더 커진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사람의 귀함을 알고 존중하며, 생각의 다름을 이해하자”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지검장은 “검사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 검찰은 늘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며 “개혁과 변화의 연속이었고,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엄정하면서 겸허한 검찰’이 돼야 한다”며 “실체 진신을 밝히는 당당한 검찰, 동시에 억울함을 경청하고 아픔에 공감하는 검찰이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친정부 성향’ 검사로 꼽혔던 이 지검장은 최근 사의를 밝혔지만, 수리가 되지 않아 지난 18일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난 상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첫인사에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약진한 반면, 이 지검장을 비롯해 주요 보직에 자리했던 검사들은 줄줄이 좌천됐다. 이 지검장을 보좌한 박철우(30기) 2차장과 진재선(30기) 3차장은 대구고검 검사로, 김태훈(30기) 4차장은 부산고검 검사로 임명됐다.
이 지검장은 이임식이 끝난 뒤 이번 인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퇴임하는 상황에서 언급은 적절치 않다”며 “새 검찰의 진용이 짜여 지면 검찰개혁에 대한 대응 등 여러 가지 상황의 파고를 잘 이겨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이 ‘역지사지’ 등을 언급한 데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검찰 내부 갈등이 생겨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이 지검장과 함께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 난 이성윤(23기) 서울고검장은 이날 오전 청사에서 간부들만 참석한 가운데 이임식을 비공개로 열었다.
그는 이임사에서 '많이 도와주신 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 고생하셨다'는 취지의 감사 인사를 남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