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딜레마’로 표현하는 전문가가 여럿 있다. 공약대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단기 집값이 상승할 수 있어서다. 노후 주택을 헐어 새 아파트를 짓는 정비 사업의 특성상 사업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면 가격 또한 올라가는 것이 순리다. 정비 사업 활성화를 통한 도심 공급 확대 정책이 수반하는 단기 부작용이다.
이 때문인지 정부도 속도 조절에 나선 듯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었지만 구체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정권 임기 내에 마무리 짓고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다음 달 발표하겠다는 약속 정도가 새로운 내용이었다. 가격을 자극하는 정책은 발표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달 초 발표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정비 사업 규제 완화 공약 및 1기 신도시 특별법이 언제 현실화할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는 시각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매수 심리가 위축돼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전 정부의 연이은 규제로 잠시 얼어붙었을 뿐 계기만 있으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기 신도시 특별법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만으로 최근 1기 신도시 호가가 억 단위로 뛴 것을 보면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아직은 얽혀 있는 매듭을 단칼에 자르듯 겹겹이 쌓여 있는 규제를 단번에 풀 때가 아닌 것이다. 규제 완화는 분명 가야 하는 방향이지만 언제 어느 규제를 완화할지 최적의 시기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 8월이면 임대차 3법에 따른 여파가 전세 및 매매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만연하다. 아직은 시장을 안정시킬 때다. 정권 임기가 시작된 지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고 포석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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