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담배회사 재팬토바코(JT) 직원들은 직장 동료와 일과 삶에 대해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었다. 회사가 지난해 직원들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사인 다이이치생명은 조직 활성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 평가 시스템을 구축했다.
업무 만족도가 높은 근로자가 많을수록 기업의 실적도 좋아진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회사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역으로 자신의 업무에 만족하는 직장인들이 많지 않은 일본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분석기사를 통해 일본 직장인의 업무 만족도가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라고 짚었다.
실제 미국의 주요 인사관리 컨설팅 회사인 콘 페리(Korn Ferry)가 전 세계 610개 기업 580만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2021 몰입도 조사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의 56%만이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세계 평균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23개국 조사에서 일본은 6년 동안 최하위를 기록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확인된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의 1만명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활력’ 및 ‘도취됨’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 2016년 일본 정부가 근무 방식 개혁을 강조한 이후 일본 기업들이 근로자 친화 정책을 펴고 있음에도 만족도를 느끼는 직장인 수가 좀처럼 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 1인당 2020년 평균 노동시간은 1685시간으로 2016년보다 5.5%(97시간) 감소했다. 같은 해 일본 근로자의 56.6%가 유급휴직을 했다. 2016년 대비 7.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많은 전문가들은 근로 시간 단축 등에도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일본 기업들의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사히토 오카베 콘 페리 이사는 “하향식 의사전달, 연공서열 기반의 조직 문화가 근로자의 직업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 컨설팅 회사 링크 앤 모티베이션(Link and Motivation) 역시 이 같은 구시대적 조직 문화가 직장인들의 자율성을 줄이고, 이로 인해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정부가 일하는 방식 개혁에 나선 지 5년이 조금 넘었다”며 “다음 과제는 근로자의 성취감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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