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권의 친위대 격인 혁명수비대가 27일(현지 시간) 걸프 해역에서 그리스 유조선 두 척을 나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그리스가 이란 유조선을 억류한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글로벌 해상 운송의 요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양국 간 긴장 고조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 외무부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호르무즈해협에서 해군 헬기를 동원해 그리스의 ‘델타포세이돈’호를 나포하고 선원들을 억류했다. 당시 이 선박은 이란 해안에서 35㎞ 떨어진 공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리스인 7명이 탑승해 있던 다른 선박도 이란 인근 해상을 항해하다가 나포됐다.
혁명수비대는 성명을 내고 “걸프 해역에서 ‘위반 행위’를 저지른 그리스 유조선 2척을 나포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선박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위반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나포는 그리스가 지난달 이란 유조선 ‘라나’호를 억류함으로써 미국의 이란 원유 압류를 지원한 데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리스는 라나호가 이란산 원유를 운송해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억류 조치를 내렸다. 이후 미국이 26일 라나호에 실려 있던 원유를 압류하자 이란 정부는 빌미를 제공한 그리스에 보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 가운데 약 25%가 그리스 선박”이라며 “이번 나포가 원유 시장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해협은 손꼽히는 해상 운송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그리스 외무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해적과 다름없는 행위”라며 “그리스·유럽연합(EU)과 이란 간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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