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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132전 133기…양지호, 데뷔 14년만에 웃었다

■ KPGA KB금융 리브 우승

마지막날 5번홀 이글 등 맹활약

17번홀 더블보기 박성국에 역전

"18번홀 2온 위해 우드 꺼냈다가

아내 조언따라 아이언으로 바꿔"

양지호(오른쪽)가 29일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 뒤 캐디인 아내 김유정 씨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 제공=KPGA




양지호(오른쪽)가 29일 KB금융 리브챔피언십 우승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KPGA


10년 넘게 기다려온 첫 우승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왔다. 경쟁자가 17번 홀(파4) 더블 보기로 밀려난 사이 침착하게 타수를 지킨 양지호(33)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14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껴안았다.

양지호는 29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에서 끝난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에서 4라운드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막판까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온 박성국(34)을 2타 차로 따돌리고 트로피를 들었다. 2008년 데뷔한 양지호는 올 시즌 전까지 시즌 최다 상금이 약 7280만 원(2021시즌)이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한 번에 1억 4000만 원을 손에 넣게 됐다.

이달 초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데뷔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며 희망을 키운 양지호는 5월이 끝나기 전에 기어이 첫 우승에 성공했다. 2012년 일본 2부 투어와 2016년 KPGA 2부 투어에서 한 차례씩 우승한 그는 정규 투어에서는 데뷔 후 133번째 대회에서 132전 133기를 이뤘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였던 양지호는 최종 4라운드에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의 ‘데일리 베스트’를 쳤다.

5번 홀(파5)에서 65야드 샷 이글을 터뜨릴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4·6번 홀 버디로 세 홀에서 4타를 줄인 양지호는 후반 들어서도 11~13번 세 홀 연속 버디로 기세를 이어갔다. 파5인 15번 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1타를 잃으면서 기세가 꺾이는 듯 했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선두였던 박성국이 양지호와 같은 7언더파 공동 선두를 달렸다. 운명은 17번 홀에서 갈렸다. 앞 조의 양지호가 무난하게 파로 넘어간 뒤 박성국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치우쳤다. 네 번 만에야 그린에 올린 박성국은 3m 보기 퍼트를 넣지 못했고 이 사이 양지호가 2타 차 단독 선두가 됐다.

18번 홀(파5)에서 양지호는 가볍게 파를 잡아 선두로 마친 후 뒤 조 박성국의 세 번째 샷인 벙커 샷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캐디인 아내 김유정 씨와 기쁨을 나눴다. 아내 김 씨는 18번 홀 두 번째 샷 때 양지호가 2온을 노리려 페어웨이 우드를 들자 클럽을 뺏은 뒤 아이언으로 바꿔줘 안전한 공략을 유도했다. 양지호는 “원래 하던 대로 안전하게 치라고 해서 와이프 말을 듣고 클럽을 바꿨다”고 했다.

거의 4년 만의 통산 2승을 노렸던 박성국은 버디만 4개를 잡다가 막판 더블 보기로 기회를 날렸다. 지난주 데상트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 데뷔 12년 만의 첫 우승을 달성한 박은신(32)은 3언더파 3위로 마쳤다. 서요섭(26)과 이원준(37), 전성현(29), 고군택(23), 황재민(36) 등은 1언더파 공동 4위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 박상현(39)은 4타를 줄여 5오버파 공동 19위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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